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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14 20:18 수정 : 2010.12.15 11:01

연극 ‘반도체소녀’ 만든 극단 ‘날’ 대표 최현씨
사회문제 다룬 극 꾸준히 무대에
“연극이 진통제 역할만 하면 안돼
환부 건드려 사회모순 치유해야”

“사람의 생명이 걸린 중요한 문제잖아요. 그런데 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는 보도가 너무 없더군요.”

문화창작집단 ‘날’의 대표 최현(35·사진)씨는 연극 <반도체 소녀>(연출 최철)를 제작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11일부터 서울 대학로의 극장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에 들어간 <반도체 소녀>는 민감한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려 눈길을 끈다.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삼성에 입사하려고 몸부림치는 대학생들이 나오고, 이들의 모습을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얻은 병으로 숨진 한 소녀가 묵묵히 지켜보는 이야기다.

최 대표는 “삼성전자 기흥공장 반도체 라인에서 일하다 지난 3월 숨진 박지연씨를 보면서 어린 소녀의 죽음이 너무 쉽게 묻혀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공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소녀>가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최 대표뿐 아니라 동료 예술인들의 도움이 컸다.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와 소설가 류민용씨는 극중에서 교수로 등장해 열연을 펼쳤고, 연극 <용호상박>과 영화 <밀양>, <괴물> 등에 출연한 배우 이동영씨 등도 혼쾌히 출연에 응했다. 연극인 모임 ‘혜화동 1번지 동인’은 이 작품을 위해 극장 무대를 싸게 빌려줬다.

‘반도체소녀’ 연극 장면 2010.12.11~2011.12 까지. 대학로 ‘혜화동1번지’


최 대표가 이끌고 있는 극단 날은 2008년 ‘촛불 소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삽질>과 2009년 용산참사를 소재한 <리스트> 등 사회 문제를 꾸준히 무대에 올렸다. 하지만 이 극단의 앞 길은 녹록지 않다. 사회극의 시장 자체가 좁은 데다 수익구조도 열악한 탓이다. 지난해 <리스트>를 한 달간 무대에 올려 올린 수익이 고작 백여만 원에 불과했다. 배우를 비롯해 제작진이 최저 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도 그 정도였다. 최 대표는 “반도체 소녀도 큰 돈을 벌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래도 최 대표가 사회극을 고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연극은 사회의 모순을 치유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환부를 직접 건드려서 상처를 뜯어내야만 치유할 수 있는데 요즘 연극은 피해가려 한다”며 “연극이 아픔을 잊게 해주는 진통제 같은 구실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 이유로 최 대표는 삼성 관계자들이 <반도체 소녀>를 꼭 봤으면 좋겠다고 권한다. “‘어떤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연극이 아니라 ‘이런 것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작품이 삼성을 치유하고 좋은 기업으로 바로 서는 데 도움을 줬으면 좋겠어요.” 글·사진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반도체소녀’ 연극 장면 2010.12.11~2011.12 까지. 대학로 ‘혜화동1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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