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4.29 20:23
수정 : 2011.04.2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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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위원장(가운데)이 29일 오후 서울 성동구 용답동 군자차량기지에서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제3노총에 가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손뼉을 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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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노조, 민주노총 탈퇴
“타임오프 수용·노사정위 참여”
노-정관계 큰 변화 예고
3개 노총 ‘몸집경쟁’ 치열할듯
서울지하철노조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제3노총’에 가입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노동운동 판도와 노정관계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또 서울지하철노조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뒤 ‘민주노조’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민주노총을 만드는 데도 큰 구실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탈퇴 결정은 민주노총에 뼈아픈 상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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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에 큰 상처 서울지하철노조가 민주노총 안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상징적 의미는 꽤 크다. 서울지하철노조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과정에서 만들어진 뒤, 서울지역노동조합협의회(서노협)와 전국노동자협의회(전노협)의 핵심 사업장으로 1995년 민주노총이 출범하는 동력이 됐다. 1999년 4월19일 서울시의 구조조정 계획에 맞서 당시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8일 동안 총파업에 들어갔고 6000명이 넘게 징계를 받는 등 민주노총 안에서는 ‘투쟁의 상징’과도 같은 사업장이다.
이런 지하철노조원들이 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한 것은 민주노총이 더는 산하 조직을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 구실을 하지 못할 정도로 힘이 약해진데다,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불안을 염려하는 노동자들 사이에 투쟁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안정을 추구하겠다는 실리주의가 널리 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의 한 활동가는 “지하철 조합원의 경우 40%는 실리파, 40%는 민주파로 분류되는데, 이번 민주노총 탈퇴 투표에서 나머지 20%의 조합원들 가운데 다수가 실리를 선택한 것 같다”며 “또 몇년 전부터 위원장 선거, 민주노총 탈퇴 등 노조 투표 결과에 따라 관리자들의 인사나 성과급이 결정되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그런 분위기도 투표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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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노정관계 변화 예상 10년 전부터 노동계에서 제3노총 설립 움직임이 여러 번 있었지만 지지부진했는데, 이번 결정으로 제3노총 출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제3노총에는 현대중공업노조, 전국지방공기업노동조합연맹, 케이티(KT)노조 등이 참여할 예정이며 6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올 7월부터는 복수노조가 허용될 예정이어서, 제3노총이 출범하면 양대 노총과 제3노총 사이에 조직 확대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지하철노조는 “민주노총 사업장인 기아자동차노조와 대우조선해양노조 일부가 제3노총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노조원 31만1000여명을 놓고도 3개 노총이 조합원 확보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노정관계 변화도 예상된다. 타임오프(노조전임자 근로시간 면제제도)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로 양대 노총과 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제3노총 노조들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와 타임오프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민주노총을 외면하고 한국노총과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각종 노동 현안을 다뤄왔는데, 한국노총이 정부에 반기를 든 상태여서 제3노총이 정부의 대화 상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소연 박현정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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