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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타워크레인에서 158일째 고공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응원하려고 전국 각지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대교에 도착한 시민·학생들이 12일 새벽 한진중공업을 향해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부산/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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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 박창수·2003년 김주익 등 투쟁중 숨져
사쪽 고용협약 맺고도 ‘헌신짝’처럼 외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가 노동계를 뛰어넘어 일반 시민들까지 연대에 나서는 등 노동계 투쟁의 상징이 되고 있다. 노동운동 역사에서 한진중공업 노조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정리해고의 불합리성,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헌신적인 투쟁’ 등이 결합된 결과로 보인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한 사업장에서 노조활동으로 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등 노동계로서는 상처가 큰 곳이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12일 158일째 고공 농성을 하고 있는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은 특별한 장소다. 김 위원의 20년 ‘동지’였던 김주익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이 2003년 10월17일 농성에 들어간 지 129일 만에 “투쟁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이다. 김 위원장이 숨지고 곽재규 조합원도 목숨을 끊었다. 노조 관계자는 “당시에도 순이익이 났는데 회사는 650여명을 명예퇴직시키는 등 구조조정을 했다”며 “노조 파업에 손해배상·가압류, 징계, 체포영장 발부, 공권력 투입설 등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고립된 투쟁을 하던 한진중공업 노조는 두 사람이 죽은 뒤에야 사회적 관심을 받아 문제가 해결됐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관계자는 “한진중공업 노조는 민주노조 운동 역사에서는 상징 같은 사업장”이라며 “이번 정리해고 투쟁에서 지면 노조도 무너진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 쪽의 납득할 수 없는 정리해고도 한진중공업 노조의 투쟁에 연대의 손길을 불러모으는 요인이다. 회사는 2007년 3월 ‘국외공장이 운영되는 한 조합원의 정리해고 등 단체협약상 정년을 보장하지 못할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했고, 지난해 2월엔 ‘구조조정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고용안정협약까지 맺었지만 약속을 위반했다. 더구나 지난 10년 동안 4277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냈고, 한진중공업의 국외공장인 필리핀 수비크조선소에는 지금도 계속 선박 수주를 하고 있다. 특히 부산 영도조선소 수주량이 감소해 지난 2월 170명 정리해고를 통보해 놓고 주주들은 174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지난 4월 이미경 민주당 의원의 대정부질문에 “배당금을 나눠 가지는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응했을 정도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사용자 쪽이 ‘노조 죽이기’의 목적으로 정리해고를 남발하고 있다”며 “쌍용차, 대림차, 발레오공조코리아, 동서공업, 포레시아, 시그네틱스, 대우자동차판매, 콜트, 한우물 등 수십곳의 사업장에서 정리해고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한진중공업 투쟁에서 이기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연, 부산/박현정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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