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22 21:04
수정 : 2011.06.22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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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집행관들이 지난 17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곳곳에 “노조원들은 정문에서 노조사무실까지 최단거리를 빼고 퇴거하라”는 결정문을 붙인 뒤 외부인 통제가 더 엄격해졌다. 지난 20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노조 관계자들이 정문으로 들어가려 하자 회사 쪽이 고용한 용역 경비대원들이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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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다녀간 뒤에 외부 통제 더욱 심해져
조회장 불출석 소식에 ‘경찰력 투입되나’ 긴장
전국 시민·노동자들이 탄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버스’가 지난 11~12일 다녀간 뒤 외부인 통제가 더욱 심해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출석하지 않아 회의가 무산됐다는 소식에 긴장감이 더 높아졌다.
회사 쪽의 무더기 정리해고 방침에 반발해 지난해 12월20일부터 영도조선소 안에서 농성을 벌여온 노조원 200여명은 이날 조 회장의 국회 불출석을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교섭 재개를 촉구하며 6일째 단식농성중인 채길용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진중공업지회장은 “조 회장이 국회에 출석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무 권한이 없는 ‘바지 사장’을 출석시켜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경찰력 투입에 기대어 노조를 말살하려는 의도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한 노조원은 “외국으로 나간 것을 보면 끝까지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조 회장의 태도를 비판했다.
노조는 조 회장이 29일 예정된 청문회까지 거부하면 경찰이 강제 해산에 나설 가능성이 더 커진다며 바짝 경계하고 있다. 조선소 안 선박크레인에서 농성중인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격려하는 ‘2차 희망버스’가 다음달 9일 영도조선소를 방문하기 전에 경찰력이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2차 희망버스가 방문하면 6개월 남짓 장기 농성을 벌여온 노조원들의 결속을 다지는 효과와 함께, 정리해고 방침을 고수하며 형식적인 협상을 거듭했던 회사에 실질 교섭에 나설 것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희망버스 재방문이 또다시 공권력 투입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일부 노조원들도 있다.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면 경찰 개입 명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 쪽은 정치권이 노사 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국회가 생존 위기에 놓인 기업의 문제를 걱정하기는커녕 경영진을 압박하기 위해 국회 출석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월권”이라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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