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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에이치공사 노조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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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복수노조시대 개막
“각자 노조 만든 이유 있어
창구 단일화땐 더 큰 갈등”
현재 ‘복수노조’ 있는 기업 보니
복수노조 시행과 관련해 노·사·정 사이의 최대 쟁점은 교섭창구의 단일화다. 노동계는 복수노조 체제에선 과반수노조가 교섭·쟁의권을 갖는 만큼, 소수노조는 사실상 노동3권이 무력화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경영계는 복수의 노조가 사쪽과 자율교섭을 하면 교섭비용이 올라가고 노사 갈등이 극심해지는 등 혼란이 생길 것이라며 창구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엔 이미 ‘1사 다수 노조’ 사업장이 전국에 107곳(2009년 4월 기준)이나 있다. 지금도 기업이 합병했거나 조직 대상이 다르면 한 사업장에 여러 노조가 들어설 수 있다. 아무런 규제 없이 노조 설립이 가능한 복수노조와는 개념상 차이가 있지만 한 사업장에 다수의 노조가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따라서 이들 사업장에서 교섭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복수노조 시대의 교섭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현재 노조가 가장 많은 곳은 에스에이치(SH)공사다. 본사 노동자로 구성된 SH공사노조, 재개발임대주택관리원노조, 일반노조(택지개발관리사무소 관리원), 통합센터노조, 집단에너지사업단노조 등 모두 5개나 된다. 이 가운데 2개가 한국노총, 1개는 민주노총 소속이고, 2개는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노조 설립 시기도 1987년부터 2007년까지 제각각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모두 사쪽과 개별교섭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5개 노조의 교섭은 공사의 노무 담당 부서 한곳과 이뤄지는 게 아니라, 직종과 업무 성격에 맞는 3개 부서가 나눠서 교섭을 진행한다. 에스에이치공사 관계자는 “담당 부서가 각각 교섭하고 있어, 노조가 많다고 해서 더 불편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3개 노조(재개발·택지개발·통합센터)는 노동조건과 고용형태(다수가 무기계약직)가 비슷한데도 공사와 각각 개별교섭을 하고 있다. 재개발임대주택관리원노조 박은성 위원장은 “교섭도 날짜를 맞춰 시간대별로 하고, 조건이 비슷해 특정 노조가 회사와 접점을 찾으면 나머지 2곳은 바로 영향을 받아 쉽게 타결이 되는 등 노조 수가 많다고 해서 꼭 교섭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며 “3개 노조 모두 이유가 있어서 노조를 만든 것인데 교섭창구를 억지로 단일화하라고 하면 더 큰 갈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월드에도 롯데월드노조(정규직), 어드벤쳐노조(무기계약직), 1·2급 노조(관리직) 등 노조가 3개나 있다. 1·2급 노조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으며, 나머지 2곳은 개별교섭을 한다. 2년마다 맺는 단체협약은 홀수 해에는 롯데월드노조, 짝수 해에는 어드벤쳐노조가 하고, 임금교섭은 롯데월드노조가 먼저 시작한다. 어드벤쳐노조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10년 이상 개별교섭을 하고 있다”며 “교섭비용이 올라가고 노사 갈등이 심해지는 것은 노조 수보다는 구조조정 등 노사가 타협하기 힘든 쟁점 탓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복수노조 시행 이전에 만들어진 ‘1사 다수 노조’는 2012년부터 교섭창구 단일화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된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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