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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27 20:54 수정 : 2011.06.27 22:23

삼성백혈병 ‘노동자에 입증 책임’ 비판 봇물
“역학조사도 형식적” 제도 현실화 목청 높여

산재보험법 개정방안 토론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산재 인정’ 판결을 계기로 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지금의 구조에서 산재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 직업성 암 승인율은 0.1%에 머물고 있다.

■ 전문가도 어려운 산재 입증 27일 오후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미경·정동영·홍영표(이상 민주당), 홍희덕(민주노동당) 의원 공동 주최로 ‘삼성백혈병 사건을 통해 본 산재보험법 개정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산재를 인정받으려면 재해가 업무로 인해 발생했는지 인과관계를 해당 노동자들이나 유가족이 입증해야만 하는 현 산재보험 제도가 집중적으로 비판을 받았다.

‘삼성 백혈병’ 사례를 보면, 재해노동자가 이미 사망했을 경우 유족들은 어떤 유해요인이 어떤 작업방법으로 인해 노출됐는지 알 방법이 없다. 재해노동자가 투병중이라도 마찬가지다. 토론회에서 이종란 노무사는 “백혈병에 걸려 산재 신청을 한 김옥이씨는 5년 동안 반도체 칩 이물질 제거용으로 수없이 사용한 세척제가 ‘트리클로로에틸렌’이란 발암물질인지 몰랐다”며 “근로복지공단이나 사용자가, 노동자의 재해가 ‘업무관련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산재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2009년 말 서울고등법원은 주목할 만한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시멘트공장에서 21년간 근무하다가 부비동(콧속)암으로 사망한 노동자에게 “근로자가 재해의 인과관계를 따지는 일은 어렵다”며 “국가는 다른 원인에 의해 질병에 걸렸다는 걸 입증하지 못하는 한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공단에 반증할 책임이 있다고 못박은 셈이다. 이 판결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 역학조사 의구심 삼성 백혈병 사건에서 산업안전공단의 역학조사가 이뤄졌으나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근로복지공단 산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불승인’으로 결정했다. 이 노무사는 “산재 인정에 결정적 구실을 하는 역학조사가, 좀처럼 밝혀내기 어려운 백혈병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도록 면밀하게 짜인 조사라기보다 사전에 사업주와 일정을 맞춰 진행된 형식적인 조사였다”고 비판했다. 전체 306명 중 의사가 258명인 업무상질병판정위의 운영도 문제가 됐다. 토론자로 나온 권동희 노무사(법률사무소 새날)는 “산재는 업무연관성 등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데, 질병판정위는 의학적 판단에 매몰돼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산재 치료를 ‘선보장, 후승인’ 시스템으로 변경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임준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장은 “지금처럼 노동자가 먼저 산재로 인정받고 치료를 받는 구조에서는 산재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며 “병원에서 산재 치료 대상자를 우선 판단하고, 산재 입증 책임은 공단이나 제3기관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부터 노·사·정이 참여한 ‘산재보험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산재 인정 기준 확대, 판정 절차 등을 논의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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