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7.11 20:20
수정 : 2011.07.1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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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노조가 가입한 상급단체/ 새 노조 설립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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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시행 열흘만에 새 노조 167개
회사개입 노조 많아…노총 가입은 17곳뿐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고 열흘 동안 전국적으로 모두 167개의 새로운 노조가 만들어졌다. 새 노조 가운데 91%(152개)는 기존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만들어져, 교섭대표권을 얻기 위한 노·노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복수노조가 시행된 첫날인 지난 1일 76개의 노조가 전국 노동관서와 지방자치단체에 설립 신고를 했으며 4일 36건, 5일 18건, 6일 14건, 7일 10건, 8일 13건 등 모두 167개의 신규노조가 설립됐다고 11일 밝혔다.
새 노조들은 한국노총(65개)과 민주노총(64개)을 상급단체로 두고 있는 기존 노조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 경우가 가장 많았고 대부분 상급단체를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새 노조 가운데 한국노총을 선택한 곳은 12개, 민주노총은 5개에 머물렀으며 미가입 노조가 150개나 됐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택시·버스 등 운수 쪽이 94개(56.3%)로 압도적이었으며 공공기관 20개, 제조업 19개, 금융도 7개의 노조가 새로 만들어졌다. 새로운 노조가 우후죽순 만들어지는 것을 두고 노동계는 우려가 크다. 그동안 노조 설립이 어려웠던 무노조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중심으로 조직화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회사 쪽과 가까운 노조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 탓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택시사업장에서 만들어진 새 노조의 대부분은 회사 쪽이 개입한 노조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용자’가 정부인 공공기관에서도 ‘친사용자’ 성향의 노조가 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5대 발전사엔 민주노총 산하 발전노조가 있지만, 최근 회사와 협력적 관계를 중시하는 새로운 노조가 한국남부·남동·서부발전회사에서 만들어졌다. 남동발전노조 전경세 위원장은 “노조가 투쟁을 안 할 순 없겠지만, 공기업인 만큼 정부 지시가 떨어지면 그대로 해야 하는데 민주노총 방침에 따라 자꾸 싸움만 하다 보니 해고자와 징계자도 나오고 조합원들도 지쳐 새로 노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산업별노조인 금속노조의 경우도 두산모트롤·케이이씨(KEC)·파카한일유압·보워터코리아 등 장기투쟁 사업장 중심으로 복수노조가 만들어졌는데, 이들 노조가 회사 쪽의 지원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제도 시행 초기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 어용노조 출현이 줄을 잇고 있는 사실을 보더라도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고 비판했다.
김소연 류이근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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