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7.18 21:20
수정 : 2011.07.18 22:08
고용부, 현대차·한국지엠 등 포함한 가이드라인 발표
노동계 “대법판결 무시…불법파견 철폐투쟁 무력화”
노동자보호 핵심 빠지고 강제력 없어 실효성 의문
정부가 사내하도급(하청)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처음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나, 내용이 미흡한데다 그마저도 대부분 “노력한다”는 선언적 의미에 그쳐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노동조건 개선 방안 등을 담은 ‘사내하도급 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사내하청은 원청회사 사업장에서 일을 하지만 근로계약은 하청업체와 맺고 있으며 일하는 과정에서 원청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국내 300인 이상 사업장의 사내하청노동자는 약 32만6000명에 이른다.
가이드라인을 보면, 원청은 하청업체와의 계약이 끝나기 한 달 전에 그 사실을 통보하고, 하청업체가 바뀔 때 하청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동조건과 관련해서도 하청노동자의 임금이 최저임금 이상이 되도록 하고 노조 활동을 존중하며, 원청의 노사협의회나 간담회를 통해 사내하청노동자 대표가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러나 양대 노총은 “있으나 마나 한 가이드라인”이라며 폐기를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 준수와 노조 활동 존중 등은 법적으로 당연히 지켜야 할 내용인데, 왜 새삼스럽게 보호대책이라고 발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용 안정이나 노동조건 개선도 내용이 미흡하고, 강제력이 없어 지키지 않으면 그만이라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지난 2월 박종희 고려대 교수에게 준 연구용역 결과보다 훨씬 후퇴한 내용이다. 연구용역 결과에는 원·하청간의 의사소통을 위해 ‘공동협의회’ 구성을 권고했고, 원청업체 노동자들과의 임금차별을 없애기 위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원사업주의 근로자와 임금에서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으나 최종안에서 빠졌다.
가이드라인이 불법파견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가이드라인에서 ‘사내하청은 원청의 영향 아래에서 근로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원청은 작업의 특성상 불가피한 경우 하청의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등의 내용은 원청의 지배·개입을 용인해 주는 것으로 불법파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이 이미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한 현대자동차, 한국지엠, 금호타이어 등은 사실상 하도급관계로 볼 수 없는데도, 고용부가 이들 업체에도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불법파견 사업장에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적용시키겠다는 것은 이들 사업장을 도급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라며 “불법파견 철폐 투쟁을 무력화하기 위한 의도”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 적용과 불법파견 여부에 대한 법적 다툼은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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