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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가 박점규(40·전국금속노조 단체교섭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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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 농성 담은 책 ‘25일’ 펴낸 박점규씨
유일한 ‘외부인’으로 농성 참여
울산공장 당시 현장 생생히 담아
“아름다운 저항 순간 못잊을것”
“비정규직 노동운동 10년 동안 가장 대규모로, 가장 치열하게 투쟁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울산공장 점거 농성에 대해 누군가는 기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노동운동가 박점규(40·사진·전국금속노조 단체교섭국장)씨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한 지난해 11월15일부터 12월9일까지 ‘25일’ 동안의 생생한 현장을 책으로 펴낸 이유다. 그는 당시 현장에서 끝까지 투쟁했던 250여명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아니었다.
<25일-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울산공장 점거투쟁 기록>(레디앙 펴냄)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배고픔과 추위를 견뎌가며 농성을 해야만 했던 이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갈등, 분열되는 노동자들, 현대차 경영진의 다양한 압력 등 그동안 세밀하게 알 수 없었던 노동운동의 ‘생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날짜별로 일지처럼 정리된 책은 한겨울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울산1공장이라는 ‘고립된 섬’에서 하루하루 버텨가는 모습을 통해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지를 실감케 한다.
박씨는 날마다 현장 일기를 썼다. 회의가 늦어지면 새벽에도 썼고, 어떤 날은 낮에도 썼다. 현대차가 전기를 끊으면 노트북을 사용할 수 없어 손으로 수첩에 깨알같이 그날의 일들을 기록했다. 하루에도 몇번씩 열렸던 비정규직노조의 회의를 정리했고, 성명서와 기자회견문을 썼다. 신문이나 유인물, 회사 성명서, 대자보도 버리지 않고 모아뒀다. 이런 성실함과 열정이 이 책을 만든 힘이다.
난방이 끊겨 비닐 하나로 추위를 견뎌내고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화장실을 가기 위해 40분씩 기다리는 등 25일 동안 같이 지내면서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정말 잘생기고, 성격도 좋고, 착한 친구였는데 사내하청 노동자라는 이유로 가족들이 반대해 사랑했던 애인을 떠나보내야 했다는 사연들을 들으면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젊은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은 고스란히 낙인이 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운동을 하던 1996~97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노동법 개정 총파업을 보면서 “노동운동이 여전히 희망”이라고 생각한 그는 98년부터 민주노총에서 일하며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으로 보고, 그들의 가슴으로 느낀 대로 쓴 이 글은 편파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아름다운 저항을 했던 25일, 그 한복판에 있었다는 사실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축복입니다.”
비록 정규직화를 따내지 못하는 등 농성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지만 지금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날의 투쟁을 ‘가장 행복한 한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다. 당당하게 저항했기 때문이다. 추천사를 쓴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이 책은 우리 노동운동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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