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7.31 20:26 수정 : 2013.01.24 09:01

추선회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30일 오후 부산 중구 영도대교 앞에서 버스를 타고 한진중공업으로 가려던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의 멱살을 잡고 있다. 오마이뉴스 제공

보수단체 불법행위
시내버스 승객 감금하고 차 밑 들어가 운행 방해
경찰은 ‘방관’
어버이연합 탈법 눈감고 다리·골목길 통행차단
“김진숙님! 힘내세요”
원천봉쇄 뚫은 4천여명 스피커로 김씨 육성 연결도

부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전국 시민들이 30~31일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3차 희망의 버스’를 타고, 김진숙(5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농성중인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찾았다. 희망버스 기획단은 1만5000명이, 경찰은 5000명이 참가했다고 각각 추산했다. 1·2차 희망버스 부산 방문 때와 달리 주최 쪽이 부산 시민들의 교통 불편을 덜어주려 거리행진을 하지 않았으나, 보수단체가 도심 도로를 점거하고 시내버스를 억류하는데도 이를 경찰이 방치하면서 곳곳에서 충돌을 빚었다.

경찰과 보수단체의 저지에도 희망버스 참가자 4000여명은 31일 새벽 1시쯤 김 지도위원이 농성중인 선박크레인에서 700m쯤 떨어진 세일중공업 앞 도로에 집결해 밤샘 문화마당을 열며 “정리해고 철회” 등을 촉구했다.

‘3차 희망버스’ 부산 방문 상황도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 실종된 통행의 자유 부산지방경찰청은 부산역 광장 등에서 문화제와 집회를 마친 3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30일 저녁 거리행진을 하지 않고 삼삼오오 영도조선소로 가려 하자, 1·2차 희망버스 때와 달리 영도조선소로 들어가는 길목인 영도대교와 부산대교를 봉쇄했다. 경찰은 시내버스만 다리를 건너도록 하고, 그나마 한진중공업 정문 쪽으로 가지 못하게 우회시켰다.

또 영도조선소 주변 골목마다 병력을 배치한 뒤 검문을 벌여 영도구 주민이 아니면 인도를 따라 영도조선소로 가는 것도 막았다. 이 때문에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물론이고 부산 시민들과도 자주 마찰을 빚었다. 유아무개(44·부산)씨는 “경찰의 제지로 버스 운전사가 승객 동의 없이 종점에 내려준데다 경찰이 골목마다 경력을 배치해 10분 만에 갈 수 있는 영도조선소 동문 근처 세일중공업까지 2시간30분이나 걸렸다”며 “군사정권시대에나 벌어질 일이 부산에서 벌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1·2차 희망버스 때처럼 영도로 한꺼번에 몰려들면 1급 국가보호시설인 영도조선소 담을 넘거나 도로를 무단 점거할 수 있기 때문에 도로와 인도 통행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 보수단체의 탈법 묵인하는 경찰 30일 저녁 영도대교 앞 롯데백화점 광복점 인도에서 집회를 열던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300여명은 밤 9시께부터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영도조선소로 가는 것을 막겠다며 영도대교 앞 왕복 5차로 도로를 3시간가량 점거했다.

보수단체 회원 3명은 밤 9시30분께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가 탄 82번 시내버스에 올라타 박씨를 끌어내리려고 멱살을 잡는 행패를 부리다 경찰한테 끌려나갔다. 이 버스 운전사가 방향을 돌리려고 하자, 한 보수단체 회원은 버스 밑에 들어가기도 했다. 보수단체 회원 60여명이 박 공동대표가 탄 시내버스 82번을 이날 밤 12시까지 붙잡아, 승객 10여명이 사실상 2시간 넘게 감금당하다시피 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늦게 제지하거나 모른 체했다. 승객 문아무개(47)씨는 “2시간30분 동안이나 시내버스 안에서 감금당했는데 경찰이 손을 놓고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술을 마신 어버이연합 소속 회원들이 행패를 부렸다”며 “양쪽의 충돌을 막으려고 신중을 기했을 뿐이며 일부러 늦게 제지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철통봉쇄 뚫은 연대집회 3차 희망버스 기획단은 트위터와 휴대전화로 지역별 책임자들과 연락하며 문화제와 집회 장소를 수시로 바꿨다. 부산 시민들의 교통 불편을 줄이면서 경찰의 원천봉쇄를 뚫고 영도조선소로 가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87개 중대 7000여명을 동원했다. 3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영도조선소 정문 양쪽에서 들어오려고 하자, 2차 희망버스 때 최루액 물대포를 쏘았던 봉래 네거리 인근과 영도조선소 동문 근처 등 2곳에 경찰버스로 ‘차벽’을 설치했다.

경찰과 보수단체 등의 이중삼중 봉쇄를 뚫고 영도로 건너간 4000여명은 영도조선소 동문에서 700여m 떨어진 세일중공업 앞 4차로 도로에서 밤샘 문화제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지지와 연대의 뜻으로 풍등 200여개를 띄웠다. 새벽 1시30분께는 휴대전화를 연결한 스피커로 김진숙 지도위원의 육성이 나왔다. 김 지도위원은 “아무 사심 없이 하나가 된 우리를 저들은 결코 이길 수 없다”며 “머지않아 여러분과 함께 얼싸안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니 그날까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하자”고 말했다. 이에 참가자들은 “김진숙님! 힘내세요” 등을 외쳤다.

참가자들은 주민 불편을 의식한 듯 문화제와 집회가 열렸던 곳을 깨끗이 청소하고 31일 오전 9시께 영도조선소 앞을 떠났다. 희망버스 기획단 등은 오전 10시께 3㎞쯤 떨어진 부산 중앙동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최대 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당한 정리해고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차량으로 30여분 걸리는 부산경찰청으로 옮겨가 건물을 에워싼 채 희망버스 참가자들에 대한 검문과 차량 통제 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뒤 오후 1시30분께 해산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