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14 21:08
수정 : 2011.12.14 22:10
주간2교대 도입 요구 “설비투자·인력확충 가장 시급”
원-하청 불공정거래 지적도…노사관계 쟁점 부상
전국금속노조와 현대차·기아차·한국지엠(GM)·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밤샘노동 철폐를 요구하며 파업도 불사하는 공동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자동차노조들이 공동투쟁을 선언한 만큼, 내년 노사관계에서 자동차산업 노동시간 단축 문제는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금속노조와 완성차 4개 노조 위원장은 14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 암연구소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밤샘노동으로 자동차 노동자들은 주당 55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밤샘노동 철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로, 부품사 노동자들도 함께 연대해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주간연속 2교대는 단순히 근무형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임금(시급제→월급제)·노동시간·일자리·노동강도·물량확보 문제 등이 얽혀 있어 자동차산업의 생산체계와 노사관계에서는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한 사안이다.
완성차 노조들은 업체마다 임금과 물량, 노동강도 등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주간연속 2교대 교섭은 각각 진행하되 공동의 요구안에 대해서는 함께 움직이겠다는 계획이다. 노조들은 공동투쟁을 위해 이날 ‘완성차 공동투쟁준비회의’를 만들었다.
이들은 우선 완성차업체들이 밤샘노동을 없애는 데 공감한다면 설비투자 확대와 신규인력 채용을 사회적으로 약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은 “고용노동부와 경영계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노동강도를 높여 생산량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노동시간 단축이 사회적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지금보다 나아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주간연속 2교대를 도입했으나 차를 만들 수 있는 공장과 인력이 적어 물량이 많아지면 밤샘노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하청 불공정거래 금지도 요구 사안 중에 하나다. 노조는 “완성차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품사의 경우 주간연속 2교대로 가기 위해서는 원청으로부터 제대로 납품단가를 받아야 하고, 정부의 교대제 개선 지원금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밤샘노동 개선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엔 적극적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서를 통해 ‘주야 2교대’에서 주간연속 2교대나 3조 2교대로 전환해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신규인력 채용 1명당 1년에 최대 1080만원을 2년까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박사는 “노사가 협상으로 노동시간을 줄여나가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지만, 현대차가 10년 가까이 결론을 내지 못하는 사례에서 보듯 어려움이 많다”며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은 이때, 노사가 적절한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