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18 18:28
수정 : 2011.12.19 10:38
울산 1·3공장 불법파견이라면서 ‘하청업체 징계’ 유효
451명중 23명만 구제…‘현대차가 사용자’ 판결 뒤집어
고용부도 인정한 불법파견 ‘딴소리’…노조, 강력 반발
노동사건을 심판하는 준사법기관인 부산지방노동위원회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부당징계 사건을 처리하면서, 대법원 판결 등 그동안의 법률적 판단과 전혀 다른 결정을 내려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부산지노위는 일부 하청 노동자의 사용자는 현대차라고 인정하면서도, 권한이 없는 하청업체의 징계를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부산지노위는 현대차 울산공장 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징계를 당한 451명(해고 45명, 정직 406명)이 현대차와 52개 하청업체를 상대로 낸 부당징계 구제신청 사건에서 “23명의 해고는 부당한 것으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나머지 428명에 대해선 정당한 징계로 판단했다. 이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하청 노동자의 사용자는 현대차”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지난해 11월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점거농성과 파업을 벌였고 하청업체는 대규모 징계를 했다.
부산지노위는 울산공장 가운데 1공장과 3공장은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했다. 1·3공장 징계자 202명 중 195명은 2005년 7월 이전 입사자로 옛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현대차 직원으로 인정돼야 한다.
옛 파견법은 2년 이상 파견노동자로 일했을 경우 원청에 고용된 것으로 간주(고용의제)하고 있다. 앞서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충남지노위는 현대차의 불법파견이 인정된 하청 노동자를 하청업체가 징계했을 경우 부당하다고 판단해왔다. 이런 법리가 뒤바뀐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부산지노위는 하청업체의 징계 자체는 효력이 있다고 보고, 파업 가담 정도가 약한 일반 조합원에 대한 해고만 부당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민주노총 울산노동법률원 이선이 노무사는 “자기 직원을 다른 업체 사장이 징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냐”며 “어떤 근거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짐작조차 어려운 그야말로 상식 밖의 판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배석도 부산지노위원장은 “(결정과 관련해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2·4공장과 엔진변속기·시트공장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은 것도 논란이다. 고용노동부는 2004년 현장조사 등을 거쳐 울산의 모든 공장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 부산지노위도 옛 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2005년 7월 이전 현대차의 불법파견 여부를 살폈다. 고용부와 비슷한 시기를 놓고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했는데 부산지노위는 현장조사도 없이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울산공장은 생산하는 차의 종류(1공장 엑센트, 2공장 아반떼 등)만 다를 뿐, 컨베이어벨트 시스템, 정규직-사내하청 혼재 작업 등 공정과 노동시간이 모두 똑같다고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의 법률적 판단마저 무시하는 노동위원회가 왜 있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는 한편, 지노위 항의집회 등 투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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