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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 정병석 노동부 차관,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왼쪽부터)이 19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최근의 악화된 노-정관계와 이에 대한 해법을 놓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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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들러리 얻는것 없다” ”노동위 탈퇴땐 노동자 피해”
노동계와 정부의 관계가 ‘불신’과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양대 노총은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반노동자적”이라며 각종 정부 위원회를 탈퇴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법과 원칙만을 내세우며 “두 노총의 정치투쟁”을 비난하고 있다. 노·정의 고위 관계자가 19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나 최근의 악화한 노-정관계와 이에 대한 해법을 놓고 얘기를 나눴다.
참석자 - 정병석(노동부 차관) 이석행(민주노총 사무총장) 백헌기(한국노총 사무총장)
사회 - 양상우(<한겨레> 기자)
사회=한국노총 충주지부장 사망 사고 이후 최저임금결정, 보건의료노조 파업에 대한 중앙노동위의 직권중재 결정 등을 계기로 노-정 관계는 비공식 대화 조차 단절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특히 두 노총의 각종 정부 위원회 탈퇴로 노사 이해를 국가적 차원에서 조정하는 정부의 기능도 마비되고 있다. 노-정 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이른 핵심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백헌기 총장=외환위기 이후 지난 몇 년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급격히 증가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다. 정규직 임금의 절반도 못 받으며 고용불안을 겪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삶 자체가 고난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의 80%가 반대하는 ‘비정규직 양산 법안’을 ‘보호법안’이라며 밀어붙였다. 노동부 장관은 현장노동자의 애환과 슬픔을 같이 해야 한다. 그러나 노조 간부가 특수 고용직 노동3권 주장하다가 사쪽의 레미콘 차량이 깔려 숨졌는데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해 공분을 일으켰다. 한마디로 정부가 노동자는 물론 국민여론에 배치되는 입법과 정책을 추진하며, 노동계를 동등한 대화의 상대로 보지 않고 있다.
이석행 총장=한 가지 덧붙이자면 애초 노무현 정부에 기대가 컸고, 현 정권의 탄생엔 노동자들의 열성적 지지가 있었다. 현 정권은 공약으로도 친노동자 정권임을 선언했지만 불과 출범 4개월만에 자본중심의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으로 노동자들을 대하기 시작했다. 현재 노동부 장관과 청와대 노동정책실은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며 노동자를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 노동자 탄압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정부위원회도 존재 의의를 상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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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 - 중노위 직권중재 외압결과 아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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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는 현장 노동자의 애환도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태환 한국노총 충주지부장의 사망 사고는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장관 빠른 지원 지시했고 현지의 지방사무소장이 장관을 대리해 찾아가 수습대책 논의했다. 그 뒤에는 ‘정권 퇴진, 장관 퇴진’ 운운해 장관이 갈 상황이 아니었다. 또 신자유주의적 정책이라 하는데, 법과 원칙에 따라 균형의 원리에 맞춰 정책을 수립·집행하고 있을 뿐이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다. ‘친기업적 노동정책’이라는 것은 오해일 뿐이다.
사회=현재 노-정은 이런 이견을 진단하고 조율하는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정 차관=지난 6월18일 충주 집회에서 ‘정권 퇴진’과 ‘장관 퇴진’이 거론될 때 참 당혹스러웠다. 사망한 김태환씨에 대한 조의가 소극적이다라는 등의 이유였지만, 정부 차원에선 수긍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비정규직 관련해선 노사정으로 구성된 특위에서 충분히 논의했다. 기업쪽과 협의안된 걸 정부에 ‘해결해라’는 것은 문제다.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지만 모든 문제의 책임을 정부에 전가해선 안된다. 또 장관이 퇴진한다고 해서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다. 이미 각종 현안 논의 과정에 노사정이 다 같이 참여했으니 (책임도) 분담해야 한다.
백 총장=비정규직 문제 풀기 위해 노력했다지만, 정부는 노사정이 함께 논의한 안보다 더 후퇴한 안을 내놨다. 게다가 국가인권위에서 조차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을 ‘보호’가 아닌 ‘양산’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인권위를 두고 노동부 장관이 “무식하면 용감하다. 단세포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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