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1.04 20:54
수정 : 2012.01.05 08:50
‘장시간 노동’ 근로법 위반 해소하려 1400여명 뽑기로
사내하청 정규직화 늘지만 ‘노조 탈퇴’ 등 부작용
금속노조 “신규채용 앞서 불법파견 문제 해결해야”
현대·기아자동차가 장시간 노동에 따른 근로기준법 위반(연장근로 한도 초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안에 생산직 1400여명을 신규 채용할 것이라고 4일 밝혔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법원과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벌써 10년째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신규 채용에 앞서 현대차가 불법파견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대·기아차가 신규인력 채용과 주간연속 2교대 도입, 엔진·변속기 일부 공정에 3조3교대 실시, 3599억원 설비투자 등의 내용을 담은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 계획안을 제출해 곧 승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지난해 9월 완성차 업계의 노동시간 실태를 점검한 결과, 대부분 연장근로 한도(주당 12시간)를 넘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며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이번에 현대·기아차가 낸 개선 계획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현대차 900여명, 기아차 500여명 등 모두 1400여명에 이르는 신규 채용이다. 현대차가 생산직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정규직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8년 만이다. 2005년부터 신규 채용이 전혀 없다가 지난해 상반기 70명을 새로 뽑았을 뿐이다. 현대·기아차는 당장 올해 3월까지 900여명의 정규직 인력을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대차의 신규 채용 소식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현대차의 신규 채용이 있을 때마다 정규직 노조는 약 40%를 하청 노동자 중에서 발탁해 채용하도록 회사에 건의해 왔다. 언뜻 보기에는 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채용이 비정규직에게 혜택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독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2002~2004년 신규 채용 경험에 비춰보면 정규직으로 뽑히려면 하청업체 사장의 추천서가 필요한데다 노조 조합원들은 채용되는 것 자체가 어려워 수백명이 노조에서 탈퇴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했다”며 “노조가 약화되면 사내하청 불법파견 투쟁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 울산·전주·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약 8000명이며, 이 가운데 조합원은 1500여명이다. 하지만 노조는 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채용을 대놓고 반대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의 다른 관계자는 “하청 노동자에게 정규직은 희망인데, 노조가 그 길을 막는 것도 힘든 노릇”이라며 “답답하다”고 했다. 지난해 70명 모집에 7000명이 지원할 정도로 현대차 생산직은 인기가 매우 높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주간연속 2교대 전환과 정년퇴직 등으로 신규 인력은 계속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현대차는 신규 채용에 앞서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는 불법파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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