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0 19:07
수정 : 2005.08.1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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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분노의 25일 10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와 회사의 협상이 결렬되고 정부의 긴급조정권이 발동되자 민성식 교섭위원(맨 오른쪽)이 조합원들이 농성 중이던 충북 보은군 산외면 신정리 신정유스호스텔에 돌아와 한 조합원과 끌어안으며 울먹이고 있다. 보은/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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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간 쟁의금지·강제중재 돌입…사상 3번째
정부가 10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에 대해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사상 세 번째인 정부의 이번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 노동계는 즉각 강력히 반발했고, 재계는 환영했다.
25일 동안 파업을 해온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와 회사 쪽 교섭대표들은 이날 아침 6시부터 교섭을 재개해 막판 타결을 시도했으나, 핵심 쟁점 13개 사항 중 상당 부분에서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에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오후 6시 “노사의 자율 타결을 끝까지 기대했으나, 더는 늦출 수 없었다”며 긴급조정권 발동을 발표했다. 김 장관은 “아시아나항공의 노동쟁의가 노사간 자율교섭을 통해 해결되지 못하고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게 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30일 동안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의 모든 쟁의행위는 금지됐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시도 및 (강제) 중재 절차가 시작됐다. 헌법상 권리인 파업권을 제한하는 긴급조정권의 발동은 역사상 세 번째이며,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때 이후 13년 만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11시 긴급조정권 발동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오전 일찍부터 노사 교섭이 진행되자 오후 2시와 4시 등으로 긴급조정권 발동을 두 차례 미루며 자율 타결을 유도했다.
이학주(40) 노조 대변인은 긴급조정권 발동 뒤 “정부 방침에 따라 11일 오전 10시 농성장을 떠나 서울로 출발할 계획”이라며 “서울에 도착해 오후 2시에 여의도에서 긴급조정권 발동 저지대회를 연 뒤 회사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쪽은 “자율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결렬돼 송구스럽다”며 “파업에 가담한 조종사들이 11일부터 복귀할 것으로 보며, 최대한 빨리 항공편 운항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밤 “긴급조정권 발동은 요건도 갖추지 못한 부당한 조처일 뿐 아니라 노동행정의 수준을 군사독재 시절로 후퇴시킨 처사”라며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48시간 이내 파업에 돌입하고 △철도노조는 결항에 따른 추가 수송작업 거부하는 등 연대투쟁 방침을 다시 확인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늦은 감은 있으나,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노조는 막판 협상에서 △연간 총비행시간 1천시간 제한 3년 유예 △자격심의위 노조대표 의결권 철회 등 애초 요구에서 크게 후퇴한 최종 양보안을 잇달아 제시하고 사용자 쪽도 수정안을 내놨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편, 이목희 열린우리당 제5정조위원장은 “회사 쪽이 좀더 성의 있는 교섭태도를 보이고 정부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좀 더 일찍 중재에 나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성희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노무현 정부가 독재정권조차 함부로 적용하지 못했던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며 “민주노동당은 긴급조정권을 비롯한 노동악법 철폐를 위해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상우, 보은/오윤주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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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정권이란=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를 근거로 한 조처로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거나 △그 성질이 특별한 것으로서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만 발동한다. 발동은 노동부 장관의 권한이지만 사전에 반드시 중앙노동위원장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 노동부 장관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결정하면 지체없이 그 이유를 붙여 공표함과 동시에 중노위와 쟁의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긴급조정이 발동되면 해당 사업장 노조는 즉시 파업을 중단하고 긴급조정 기간인 한 달 동안 재파업을 할 수 없다. 중노위는 노동부 장관한테서 통보를 받는 즉시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노사 양쪽을 상대로 15일의 자율 조정에 들어간다. 조정이 성립될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면 중노위는 공익위원의 의견을 들어 또다시 15일 동안 강제조정 성격인 직권중재에 나선다. 중재는 노사 일방 또는 쌍방의 신청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한 달의 자율 및 강제조정에도 노사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중노위는 양쪽 의견을 반영해 ‘중재 재정’을 한다. 이는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그러나 긴급조정은 협상시한을 한 달 연장하는 성격도 있기 때문에 노사가 이 기간에 언제든지 교섭을 통해 쟁의를 자율적으로 타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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