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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9 19:28 수정 : 2005.08.19 19:51

대한항공 노조, 정곡찌르기 전술 ‘실리’
아시아나 사쪽, 적자노선 결항 반사이익

대한항공 노사의 협상타결로 올 여름 노사관계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던 항공사 파업이 사실상 일단락됐다. 사상 최장기 파업에도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한 아시아나항공과, 파업 없이 타결된 대한항공의 두 사례엔 드러난 차이만큼이나 숨겨진 ‘희비’와 시사점이 적지 않다.

대화의 ‘득실’=대한항공은 조종사노조의 뜻밖의 파업전략이 눈길을 끌었다. 승객 피해는 최소화하되, 회사 손익에 실질적 피해가 가는 ‘장거리 국제노선’의 결항을 노린 B777 부기장 파업으로 회사를 압박했다. 힘보다는 실리, 파업 그 자체보다는 협상과 대화를 위한 압박에 주안점을 둔 것이었다. 이를 두고 한 노동운동가는 “노조의 조직력과 경험이 뒷받침될수록 합리적 투쟁이 가능하다”며 “여론의 악화를 피하면서 실효성 있는 부분파업을 구사하는 노조에 사쪽도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노사는 국제선 부기장 부분파업 돌입을 눈앞에 둔 18일 극적 협상 타결을 이뤘다. 회사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노사가 모두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항공 노사는 툭하면 대화를 중단했던 아시아나와는 달리 그동안 한번도 협상장의 문을 닫은 적이 없다. 노조 관계자는 “아시아나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사쪽이 큰 반사이익을 얻고, 여론도 노조 편이 아니어서 노조의 운신 폭이 극도로 좁혀져 있었다”며 “그러나 초강경 투쟁과 퇴각 사이에서 질서정연한 대오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게 대화를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고 자평했다.

파업의 ‘손익’=아시아나항공은 긴급조정권 발동 직전 “사상 최장기를 기록한 조종사 파업에 따른 (매출)손실이 253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천문학적인 손실에도 파업기간에 아시아나 주가는 되레 올랐다. 파업돌입 직후인 지난달 18일 4550원이던 주가는 보름 만인 지난 2일 5070원까지 뛰었고, 긴급조정이 발동되던 10일에도 4850원을 기록했다. 한 증시 전문가는 “파업에 따른 ‘적자노선 결항’과 ‘탑승률’ 향상으로 수익구조 개선 효과가 기대됐다”고 설명했다. 적자노선의 대규모 결항이 매출과 손실을 함께 줄였다는 얘기다. 탑승률이 낮은 노선부터 감편한 결과 정상 운항한 일부 국제선 노선의 탑승률은 높아졌다.

그러나 아시아나 사쪽은 탑승률 100%를 가정해 결항으로 생기는 매출의 감소를 따졌다. 결항에 따른 비용감소나 감편에 따른 탑승률 상승, 그리고 조종사 임금 절약분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아시아나의 금전적 손해가 실제로는 얼마인지 의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시아나는 잃은 것도 적지 않다. 노조 쪽을 ‘파렴치범’으로 몰아간 여론전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끌어낸 ‘공신’이지만 노조를 파업의 외길로 몰아간 ‘주역’이기도 했다. 노사는 결국 한 배를 탄 기업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후유증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일부 노동계 인사들은 노조가 ‘여론을 무시한 파업’을 강행해 회사보다 국민과 승객들에게 더 손해를 주는 전략적 오류를 범함으로써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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