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1년’ 실태조사
“실질임금은 줄고 노동시간은 늘었다. 언어·신체 폭행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 고용허가제 시행 1년을 맞아,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주최로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조건 실태조사’ 발표회가 25일 오후 4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6~7월 이주노동자 313명을 면접조사해 그 결과를 이날 발표한 권종화 실태조사 책임연구원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전반적으로 악화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은 체류기간 연장과 사업장 이동 허용 등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월평균 280시간 일하고 97만원…여성은 더 적어“단순 일터넘어 제2의 고향”…정책 방향 확대해야 실태조사 결과를 내용 별로 보면, 이주비용의 경우 평균 4161달러로 조사됐다. 이는 산업연수생 2995달러, 미등록 이주 노동자 3063달러였던 지난 2002년 국가인권위 조사 때보다 크게 상승했다. 특히 6천달러 이상의 큰 돈을 들여 입국한 이들도 23.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과 노동시간은 97만4966원과 280.4시간으로 2002년보다 실질임금은 하락했고, 노동시간은 다소 늘었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약 13만원 정도 적은 월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한 인권침해 경험을 물은 질문(복수응답)엔 응답자의 47.5%가 임금체불을 들었다. 상해, 언어폭력, 신체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모두 30% 이상 나왔다. 여성 응답자 가운데 7%가 ‘지난 1년간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고용허가제 실시 뒤 노동과 삶의 조건에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엔 다소 향상되었다는 응답이 많았다. 그러나 5점 척도로 잰 만족수준에선 평균척도 3점을 밑도는 2.98점을 기록해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음을 드러냈다. 응답자의 평균 체류기간은 4.45년으로 조사됐다. 4~6년 사이가 전체 응답자의 30.9%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는 ‘6년 이상 장기거주 희망자’가 15.8%, ‘영구거주 희망자’도 14.5%에 이르렀다. 또 ‘체류기간 만료 뒤에도 한국에 남겠다’는 노동자가 전체의 60.9%를 차지했다. 권 연구원은 “심층면접 결과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은 단순한 일터를 넘어 제2의 고향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며 “정부도 ‘외국인력도입정책’의 시각을 ‘이주정책’으로 확대해 나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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