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 관계 복원 물꼬 트나 노동부 관료는 ‘김 장관 구하기’나서 잡음
노정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며 양대 노총이 김대환 노동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해찬 국무총리와 이원덕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이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최근 남몰래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정부는 노동계의 퇴진 요구에도 불구하고 김 장관만을 유일한 대화 창구로 내세우며 노동계와 ‘기싸움’을 벌여왔다는 점에서, 총리가 김 장관을 배제한채 노동계와 직접 대화에 나선 것은 여러모로 눈길을 끌고 있다. 청와대와 노동부 고위 관계자들은 31일 “이 총리와 이 수석이 지난 20일, 배석자 없이 이 위원장을 만나 노정 관계 회복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김 장관이 지금처럼 전면에 있을 경우 노정 관계 회복은 불가능한 만큼 정부가 상생을 위한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이들은 말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당시 만남은 (곧바로) 접점을 찾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노동계의 불만을 직접 듣고, 격화된 감정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 위원장은 김 장관이 ‘막 말’ 사례와 ‘자질’을 집중 거론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 안에서도 김 장관에 대한 평가가 엇갈려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김 장관도 회동 사실을 들어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동부는 “지금의 상황에서 노동부 장관 없이 국무총리와 한국노총 위원장이 만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고, 이 총리와 이 위원장이 만난 사실도 없다”며 ‘사실’을 부인했다. 반면 한국노총 쪽은 회동 사실을 묻는 질문에 “모든 것을 민주노총과 연대해 풀어가고 있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이번 회동이 알려지면서, 정부와 노동계 일각에선 ‘노동계와 최고위 대화 창구로 김 장관을 고집해온 정부 태도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총리와 이 위원장의 회동 뒤인 지난 26일, 두 노총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노정 갈등을 풀기 위해 총리가 나서야 한다”고 밝힌 대목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 상에서 읽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와는 달리, 노동부 고위 관료들은 일부 한국노총 산별 연맹위원장들과 물밑 비공식 만남을 시도하며 이 위원장이 주도하는 ‘장관 퇴진 투쟁’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있어 한국노총 지도부로부터 ‘조직 흔들기’라는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부는 노동계를 비판하는 민간학자의 기고문을 실어줄 것을 언론사에 부탁하는가 하면, 노동계를 비판하는 일부 교수들의 성명을 언론에 제공하는 등 두 노총과 신경전을 거듭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이에 대해 노동부는 “일부 교수들의 성명을 언론에 제공한 것은 당사자들이 노동부 쪽에 부탁해온 데다, 취재 편의를 돕는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며 “노동계 인사 접촉은 노동부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두 노총은 이날 김 장관 퇴진 요구 서명운동에 지금까지 25만4천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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