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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9 06:51 수정 : 2005.09.09 10:20

삼성 제안서대로 노동부 “OK”

감사원 “탈법선정·규정위반 묵인” 기관주의 조처


노동부가 연간 시장규모 2천억원대로 예상되는 ‘외국인 근로자 전용보험’을 삼성화재만 팔 수 있도록 특혜를 준 사실이 감사원 조사에서 드러났다. 참여정부에서 삼성그룹의 여러 불법·탈법 의혹에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은 몇차례 있었으나 중앙 부처가 아예 독점 사업권을 삼성 계열사에 주어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8일 “노동부가 지난해 8월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가제 시행을 앞두고 외국인 근로자 전용보험 개발 및 운용과 관련해 법적 근거 없이 삼성화재를 단독 사업자로 선정했고, 이 과정에서 삼성화재가 보험업법 관련 규정 등을 위반했는데도 묵인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규정 검토와 업무를 철저히 하라는 취지로 기관주의 조처를 내렸다”고 밝혔다.

삼성화재는 노동부에 낸 입찰제안서에 현행 보험업법 관련 규정에서 허용하지 않는 보험요율을 제시했고, 노동부는 이런 위법적 제안서를 그대로 인정해 국가 계약법상 필요한 조처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삼성화재가 당시 제안서를 낼 때 현행 보험업 감독규정의 단체보험 가입요건 및 보험요율 적용과 관련된 조항(7의 54)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노동자 전용보험은 퇴직금에 해당하는 출국만기 보험을 비롯해 귀국비용 보험, 상해 보험 등을 한꺼번에 묶은 상품인데, 고용 허가제에 따라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사업주는 의무적으로 1인당 연간 160만~180만원을 내도록 되어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5월 이 상품의 개발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벌어 삼성, 현대, 동부화재 등 3사의 제안서를 받은 뒤 삼성화재를 단독 사업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후 상품판매 역시 삼성화재만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노동부는 산하기관인 산업인력관리공단을 외국인 노동자 전용보험의 단체계약자로 지정하고, 공단이 삼성화재와 체결한 보험에 외국인 노동자와 고용주들이 일괄 가입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고용허가제 시행 뒤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먼저 산업인력공단의 취업교육을 받으면서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삼성화재의 상품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있다. 특히 삼성화재는 노동부에 입찰제안서를 낼 때 상해보험의 요율을 단체계약 때 적용하는 방식으로 싸게 제시했다가 지난해 8월부터 실제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는 개별위험 요율을 적용해 보험료를 25% 가량 더 올려받고 있는 것으로 감사원 조사에서 밝혀졌다.

보험업계에서 추산하는 외국인 노동자 전용보험의 연간 보험료수입 예상규모는 2000억~2800억원에 이른다. 이는 국내 10개 손해보험 업계가 일반보험 시장에서 얻는 수입의 8~10%를 차지해, 이미 28%의 시장 점유율로 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커지게 된다. 이 때문에 엘지, 현대, 동부, 동양 등 2위권 이하 4개 보험사들은 공동으로 노동부에 진정을 내고 삼성화재의 독점판매를 시정해주도록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초기의 과도한 상품 개발비와 관리비, 외국인 근로자의 높은 위험부담률 때문에 대부분 보험사들이 이 상품의 개발과 운용을 꺼려 부득이하게 단독 사업자를 선정하게 됐다”며 “고용허가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업무처리에서 미숙했던 점은 인정하지만 사업자 선정 절차와 기준에서 결정적 하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 관계자는 “보험 판매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은데다 노동부가 위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후 제재를 할 수 있는 조항을 넣지 않고 삼성화재와 2년짜리 계약을 맺어 삼성화재에 대해서는 별도 조처를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순빈 박병수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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