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어도 형식만 갖추자'에 비난 목소리
노ㆍ사ㆍ정이 노동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보다 명분 쌓기에만 골몰해 비난을 받고 있다.노사 간 공평한 의견이 제시돼야 할 토론회에 사측만 나서는가 하면 노사정 관계 정상화를 논의하는 자리에 `정부 빼기'가 시도되는 등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14일 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노동연구원은 노동부로부터 의뢰받아 6일부터 20일까지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으나 이해 당사자인 노동계가 참여하지 않고 있다.
노동연구원은 토론회를 시작하며 지금까지 일부 학계와 언론 등을 통해 단편적으로 진행된 로드맵에 대한 논의를 체계적으로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쳐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구체적인 입법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5차례에 걸친 토론회의 주제 발표자는 물론 토론자에는 대학교수와 노동연구원 연구자들만으로 구성했다가 뒤늦게 경영계만 포함시켰다.
노동계는 이번 토론회가 노동부의 로드맵 입법 추진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에 들러리를 세우려한다며 불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노동계가 참여를 거부해 사용자측 의견이라도 듣기 위해 경영계를 참여시키기로 했다"면서 "토론기간도 부족하고 노동계가 빠져 균형있는 의견수렴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달 양대 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노사 대표만이 참가하는 `노사관계 재편 대토론회'를 열기로 잠정 합의했으나 실무협의가 진전되지 않아 당초 개최하기로 예정했던 14일을 넘기게 됐다.
산업공동화와 노사정 관계 정상화를 다루기로 한 토론회에 노동부 참석여부를 놓고 노동계와 경총이 서로 찬반 입장이 엇갈리다가 토론회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이에 대해 경총 관계자는 "정부를 뺀 노사정 관계복원 논의가 오히려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개최를 미룬 것"이라며 "16일 양 노총 실무자들과 만나 토론회 개최 일정을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사정위원회는 이달 초 로드맵 논의 결과를 정부로 이송하면서 지난해 연말부터 올 6월까지 노사정 부대표급 6명으로 구성된 `미래노사관계기초위원회'에서 10차례 비공개 논의를 진행,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노사정위는 그러나 이미 일단락된 논의의 일정과 참가자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의구심을 증폭시켰고 참가 대상이었던 한국노총은 `논의가 아닌 이해를 넓히기 위한 공부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노동문제 전문가인 한 대학교수는 "노사정 간 현안 논의가 실질적인 이해 조정과 합리적인 해결방향을 찾기보다 명분이나 구색 갖추기에 치우치고 있다"면서 "노동현안에 대한 노사정 당사자들의 좀 더 진지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 의원도 "최근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 양상은 마치 `어린이 장난'을 방불케 한다"며 "서로가 시급한 현안에 대해 자존심만 앞세우며 풀려하지 않고 책임 떠밀기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양측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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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호 기자 hsh@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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