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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두손병원에서는 ‘위험하고, 어렵고, 더러운’ 3디업소에서 노동재해의 희생양이 된 이주노동자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오른손 손가락 대부분이 절단사고를 당한 타이 출신 이주노동자 프라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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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재해 왕국 멍에를 벗자 - ③ 산재나라온 이주노동자
“이역만리서 죽은 것도 억울한데, 정작 보상금은 ‘사람 잡은 회사’가 챙기는 게 말이 됩니까?” 지난해 9월 서울 영등포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중국동포 조아무개(당시 45살)씨가 크레인에 고리가 걸리지 않은 거푸집 해체 작업을 하다 떨어져 숨졌다. 사고 직후 3천만원의 보상금을 제시하던 건설업체는 보상금이 적다는 유족의 요구에 선뜻 배가 넘는 6500만원을 제의했다. 하지만 회사 쪽은 이튿날 갑자기 “1천만원만 먼저 주고 나머지 보상금은 (조씨 쪽이) 사고에 관한 모든 서류를 다 회사 쪽에 넘겨주면 16살짜리 큰아들이 성년이 된 뒤 지불하겠다”고 번복해 합의는 깨졌다. 비자 만료때까지 요양신청 안받아줘 쫓겨나고
불법체류자 고용사실 드러날까 업주는 ‘오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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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산업재해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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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산재보험급여 수급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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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재해를 당한 이주노동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사고 이후 치료과정이다. 지난달 중순, 안산 두손병원에선 지난 6~7월 프레스작업을 하다 엄지를 뺀 손가락 4개를 모두 잃은 프라딧(39·타이)과 풍연쉬(44·중국)가 붕대를 감은 손을 움켜쥔 채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한숨만 내쉬었다. 이 병원 김응란 간호과장은 “산재 환자들은 신체손상에 대한 절망감이 매우 크다”면서 “아무도 의지할 곳 없는 타국에서 사고를 당한 이주노동자들은 더욱 세심한 치료과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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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다리를 절단 당한 카자흐스탄 출신 이주노동자 바크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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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 잘려나간 노동자의 손은 경제성장의 그늘이자 노동재해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20~30년이 지난 지금, 그 상징은 ‘이주노동자들의 손’으로 바뀌고 있다. 특별취재팀
불법체류자도 재해보상 받을 수 있어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현장이 위험하고 힘든 만큼 노동재해도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가 불법체류자이다 보니 자칫 ‘산업재해 보상신청은 곧 강제추방으로 이어진다’는 그릇된 인식이 퍼져 있다.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이주노동자의 처지가 불법체류이든 아니든, 이들의 노동재해에 대한 보상을 거의 전반에 걸쳐 보장한다. 설령 노동자의 실수로 재해를 당했다고 해도 보상이 이뤄진다. 또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어도 이주노동자의 보상엔 별다른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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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모든 손가락이 잘린 미얀마 이주노동자 모셔우(3번)는 둘째발가락을 잘라 검지를 만드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안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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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상은 근로복지공단(02-2670-0300)에서 하는데, △요양보상(치료) △휴업보상(치료기간 중 월급의 70%) △장해보상(장해등급에 따른 보상) △유족보상과 장의비(사망자의 경우) 등이 있다. 산재보상에는 정신적 피해나 위자료 등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합의 등을 통해 추가 보상도 받을 수 있다. 특히 법무부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산업재해를 당해 치료 중에 있거나 보상을 기다리는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불법체류자라도 체포 또는 추방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사무소(02-503-7101)에 문의하면 접수를 받아, 외국인등록증을 내줘 합법적으로 머물며 치료와 보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체류자격을 바꿔준다. 특별취재팀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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