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삼광사...근로조건 개선 요구 사찰측 "고용관계 아닌 자원봉사자"
사찰에서 경비.주차관리, 주방일 등의 일을 하는 처사와 보살들이 노조에 가입한 뒤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대한불교 천태종 삼광사에서 일하는 처사와 보살 30여명은 지난 8월말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일반노조에 가입, 사찰 내 구조조정반대와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한 달이 넘게 사찰측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조합원들은 1일 오전 삼광사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일반노조 활동가 10여명과 함께 조합원 결의대회를 갖고 부당노동행위 중단과 성실교섭을 촉구했다. 이들은 "상당수가 절에서 10년 이상 장기근무하며 온갖 고된 일을 다 하고 있지만 사찰측은 우리를 신도로만 보고 노동자로서 대우하지 않는다"며 "사찰측은 교섭에 즉각 나서 그동안 희생만 해 온 식구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광사에는 경비.주차관리, 차량운전, 사무, 매점, 주방보조 등의 일에 50여명이 자원봉사 형태로 일하고 있으며 최근 사찰측이 차량운전을 외주용역으로 대체하고 장기근무자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자 이 가운데 30여명이 지난 8월 민주노총 일반노조에 가입했다. 그러나 사찰측의 설득과 회유로 대부분이 탈퇴해 지금은 조합원이 8명에 불과하다. 이 곳 사찰에서 일하는 봉사자들은 잦은 연장근무, 공휴일 근무를 하고 있지만 사찰측과 고용관계를 맺지 않아 노동법에 보장된 근무 외 수당, 고용 및 산재보험 등 각종 복지관련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사찰측은 노조의 상견례 요청을 거부한 채 조합원들에 대해 노조탈퇴를 종용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있다"며 "사찰측이 근로자들의 처우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이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등 투쟁수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사찰측은 "처사.보살들은 사찰과 고용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자원 봉사자로 일하기 때문에 근로의 대가도 임금형태가 아닌 보시금으로 주고 있다"며 "이 때문에 사찰은 이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법적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이종민 기자 ljm703@yna.co.kr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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