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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0 19:14 수정 : 2005.10.10 19:14

양상우 기자

현장에서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사무실에는 어느 때보다도 침통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벌써 몇 차례 조직 내부의 비리가 터져나왔지만, 이번엔 정말 감당이 안 되네요.” 한 상근 간부는,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거액 비리 소식이 전해진 지난주 금요일 이후 내내 넋이 나간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간부는 “잇단 비리들이, 자부심 하나로 지내온 나의 지난 삶까지 무너뜨리고 있다”고 낙담했다.

어렵게 입을 뗀 한 고위 간부는 “(국민 앞에) 할 말이 없다”며 “사회적 비리 구조, 특히 자본가들의 부패가 노조활동가들에게도 전염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노조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반복되고 있는 상투적 진단이지만, 노조 비리의 전개 과정에서 어김없이 확인되는 사실이기도 했다.

한 노동계 인사는 “부패의 병균이 민주노조 조직과 간부들에게까지 전염됐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어떤 예방조처도 취한 바 없고, 잠복해 있는 규모도 가늠할 수 없으며, 에이즈처럼 마땅한 치료방법도 없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 조직 내부는 사회적 지탄에 앞서 극도의 침체에 빠지고 있다. 이번 비리 사건도 사건이지만, 이런 종류의 비리가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패의 병균 앞에 무력해진 노동운동가들을 어떻게 구원할 것인가? 지도부 총사퇴와 재신임으로? 누구도 그게 답이 되리라 여기는 이는 없다. 미봉책보다는 근본 대책을 찾아야 할 때인 듯싶다. 숨겨진 종양을 찾기 위해 수술칼을 집어들어야 할 시간은 바로 지금이 아닐까?

병든 노조로는 결코 ‘노동해방’을 꿈꿀 수 없다.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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