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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1 19:22 수정 : 2005.10.12 01:24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뇌물수수 사건으로 민주노총이 최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2가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수습책을 논의하기 위한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기로에 선 민주노총 (상) 현체제 지도력 상실…혁신 미지수 정파싸움·내부비리로 신뢰 추락

민주노총이 강승규 수석부위원장 비리 사건으로 불거진 지도체제의 위기를 일단 ‘현체제 유지 및 내년 1월 조기 선거 실시’ 결정으로 봉합했다.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은 정부·여당의 비정규직 입법과 노사관계 로드맵 강행 움직임 등의 현안에 대처하고, 내부 비리 근절책 수립·집행 등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안에서는 ‘즉각적인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하는 강경한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하지만 노동계 다수는 지도부 사퇴가 문제해결의 출발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민주노총이 과연 안팎으로 밀려드는 위기에 대처할 태세를 갖추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12시간 이상 비공개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와 상임집행위원회에선 줄곧 지도부 거취와 관련한 논란만 반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도 민주노총은 비리 근절 방안에 대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를 두고 민주노총 단위 조합 한 간부는 “지금의 사태를 민주노총 조직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내 권력을 장악한 정파의 위기로 보는 인식이 엿보인다”고 꼬집었다.

“대정부 투쟁으로 난국돌파”
강경파 주문도 걸림돌

민주노총은 현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사회적 교섭의 복귀, 즉 구체적으로 노사정위의 복귀를 내걸었다. 하지만 내부의 반대를 돌파하지 못하고 무산되며, 대사회적 교섭력을 급속히 상실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이 강행되는 가운데 상반기 이후에는 노조의 채용비리 등 내부비리까지 겹치며 신뢰의 위기에 빠졌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최고위 간부까지 비리를 저지를 정도로 노조 비리가 구조화했다는 것이다. 이에 비춰 보면 지도부 사퇴, 그 자체만으로는 제2, 제3의 비리를 막을 수 있는 어떤 대책도 될 수 없는 상황이다.

노동전문가들은 현재 민주노총이 당면한 최대의 현안은 외부적 문제가 아니라 내부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채 조직 안팎의 신뢰조차 잃는 최악의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도부 사퇴는 내부 혁신을 뒤로 한 채, 선거 정치 등 조직 안팎의 정치적 긴장만을 전면화시킬 우려가 있었다”며 “일단 현 지도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배 연구위원은 “이는 단지 첫 단추를 끼운 데 불과하다”며 “조직 내 정파다툼이나 외부를 향한 정치투쟁에 앞서, 안팎의 신뢰 회복을 위한 내부 혁신에 얼마나 힘을 쏟을 수 있느냐에 민주노총의 장래가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현 이수호 체제의 대내외적 지도력이 이번 사태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탓이다.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조직 혁신을 치밀하게 진행하기엔 시간도 대단히 촉박하다.

여전히 내부의 문제에서 눈을 돌린 채 ‘대정부 투쟁을 통한 난국 돌파’라는 ‘유혹’이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현 지도부에 맞서는 반대파들은 더욱 강경한 대정부투쟁을 주문하고 있어, 민주노총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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