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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2 19:59 수정 : 2005.10.12 19:59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2가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기다리는 이수호 위원장 등 간부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기로에 선 민주노총 (하)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수뢰 사건 등 안팎의 잇단 비리에 노출된 민주노총이 신뢰의 위기에 처했다.

현대·기아자동차 노조 채용비리 등 올 초부터 터져나오기 시작한 민주노총 조직·간부들의 비리들은 결코 단발성이 아니라는 것이 이번 일을 통해 확인됐다. 민주노총 관계자들도 “유사한 비리 사건이 앞으로도 계속 터져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주노총의 도덕성이 흔들리는 이유에 대해 조직 안팎의 진단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 중심, 지도자 중심의 노조운동 △일반 조합원과 내부의 견제 문화 실종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성과주의로 요약되는 ‘내부 민주주의의 부실한 성장’을 꼽는 이들이 많다.

실제 잇단 비리 사건의 주역들이 상급단체 활동가나 일반 노조원들에 비해, 권력이나 주도권이 상대적으로 컸던 단위 노조의 지도자 출신이었다는 점도 이런 진단을 뒷받침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는 명제에서 노조도 예외는 아닌 셈이다. 여기에 부문별로 불균등한 조직문화 수준도 택시연맹 등 단골 ‘사고 지역’이 생기는 원인이다.

노조가 비리다발지역에 편입됐다는 사실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민주노총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합병증’을 앓고 있다는 점이라고 노동학자들은 말한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주노총은 대표성의 위기와 적응의 위기를 이미 겪고 있는 가운데 신뢰의 위기까지 겹치며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고 요약했다.

민주노총이 절대다수인 미조직 노동자를 포함해 전체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데는 이미 오래 전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 상태이다. 실제 민주노총은 노조 조직률은 전체 노동자의 10% 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소속 대기업 노조 중심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받아왔다.

총연맹 지도부들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소속된 상당수 일선 단위 노조들은 비정규직 동료들의 조합 가입조차 거부하는 이기적 행태가 여전하다. 노동계를 대표한다는 민주노총의 주장에 근본적 회의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학자들은 민주노총이 한국노동운동을 세계적 수준으로 이끌어 왔지만, 어느덧 변화와 자기 혁신을 게을리 하는 바람에 시대 변화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총연맹 차원의 정책 대안은 여전히 20년 전 수준에서 한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한 간부도 “고용안정, 비정규직, 제조업 공동화 문제 등 10여년 사이 새롭게 등장한 문제들에 대해선 창의적 대안제시와 요구가 절실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내부의 위기는 결국 조직력과 역량을 약화시키고 사회적 신뢰를 다시 실추시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근본적인 위기를 배경으로 생겨나고 있는 잇단 비리는 더 이상은 내부의 혁신과 변화를 미룰 수 없다는 강렬한 ‘신호’인 셈이다. 비리와 부조리 근절을 위한 민주노총의 해법 찾기가 ‘대증요법’에 그쳐선 안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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