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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비리 근절 및 자정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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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율위 설치·윤리강령 채택… 비리 엄격처벌
지도부사퇴 놓고 정파갈등 커져 앞날 불안
민주노총이 18일 강력한 비리근절 및 자정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와 조직 안의 구심력을 회복하려는 안간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 안에서는 지난 봄 대의원 대회 때 폭력사태를 낳았던 정파 다툼이 이번 비리 사건을 계기로 다시 불거지고 있어 이번 자정 대책이 효험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이다.
초유의 비리근절책=민주노총은 이날 ‘규율위원회’를 설치·운영해 상시적으로 비리 제보를 접수하고 조직·간부들의 비리를 조사·징계하기로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조 비리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규율위는 7명 이내의 중앙위원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이날부터 규율위 발족 전까지는 ‘비리사건 자진신고·내부고발기간’으로 정해 이수호 위원장이 직접 관장하기로 했다.
또 민주노총은 회계의 투명성 강화하기 위해 총연맹이나 산하기관 등의 각종 선거자금을 공개하고 선거 입후보자는 선거자금을 관리할 통장을 해당 조직에 통보하고 지정된 통장으로만 선거자금을 관리하도록 했다. 아울러 사용자나 정부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5만원 이상의 기부금품 등과 조합 간부와 사용자 사이의 모든 사적 금전거래에 대해 보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이런 내용을 담은 윤리강령도 채택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자체 정화기능을 엄격하게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정권과 자본을 상대로 노동계급의 이익을 수호할 수 없다”며 “앞으로 비리에 연루되는 간부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격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구속된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을 곧 제명하기로 했다.
불안한 앞날=집행부의 강도 높은 비리근절책과 비정규직 법안 등 하반기 총력 투쟁 의지에도, 강 수석부위원장 비리 사건으로 불거진 민주노총 안의 갈등은 갈수록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양대 정파인 국민파와 중앙파를 비롯해 군소 정파들까지 현 지도부의 ‘하반기 총력투쟁 뒤 사퇴’ 결정을 둘러싸고 찬-반 다툼을 벌이고 있다. 또 민주노총 본부의 간부 13명이 13일 현 지도부의 결정에 반발하며 사퇴한 데 이어, 일부 조합원들의 농성과 시위 등 물리적 행동도 잇따르고 있다.
‘노동자의 힘’ 등 일부 정파조직들이 19일 충주리조트에서 열릴 단위노조 대표자 수련대회에서 ‘선전전’ 등을 결의하는 바람에, 민주노총은 18일 수련대회 개최를 잠정 연기했다.
정파간 대결 양상의 심화 속에, 이갑용 전 위원장과 유덕상·허영구 전 수석부위원장 등 전직 민주노총 임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어 “민주노조운동의 구조적 비리의 재생산 과정에 대한 근본적 비판과 성찰이 필요하다”며 “지도부 사퇴 공방은 정파간 패권을 위한 선거국면으로 왜곡·전환하려는 일체에 움직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비리의 근원이 ‘노동관료들의 과두지배 체제’ 및 이와 결탁한 ‘종파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혁신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도부가 사퇴하면, 선거국면으로 전환하며 하반기 투쟁동력은 실종되고 내부 정파 다툼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점이 바로 현 지도부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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