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25 19:33
수정 : 2005.10.25 19:33
당선 3개월 지나도록 선거결과 인정 안해
노조 “회사가 선거 개입·결과 무효 종용까지”
금품을 통한 회유와 향응 등을 통해 노조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온 대기업이, 낙선을 바라던 노조원이 위원장에 당선되자 3개월째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코오롱(대표이사 한광희)은 최근 최일배 노조위원장에게 ‘위원장 사칭 및 부당행위 중지 요청’ 공문을 보내 “지금까지 적법하게 선출된 노조위원장이 없다”면서 “위원장을 사칭하며 요구하는 일체의 협의나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코오롱노조는 7월 실시된 위원장 선거에서 정리해고 상태에 있던 최씨를 위원장을 뽑았다. 하지만 노조선관위원장은 두 차례의 재검표와 당선자 확정공고 및 선관위 해산 등이 모두 끝난 선거 1주일 뒤 뒤늦게 “투표용지에서 1월 사용했던 쟁의행위 찬반투표 용지 4장이 발견됐다”며 ‘선거무효’를 선언했다.
노조 쪽은 25일 “회사가 이미 선거 당시 현 위원장의 당선을 막기 위해 노조 선관위원들과 노조원들을 매수·협박하며 개입했다”며 “행정기관인 구미시로부터 지난달 노동조합대표자변경신고필증까지 받은 노조위원장에게 ‘사칭하지 말라’는 회사 쪽 요구가 노조를 극단적 투쟁으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 들어 회사 관계자가 노조 선관위원에게 ‘노조선거를 무효로 만든 뒤 재선거를 종용하는 정황이 담긴 녹음내용과 녹취록이 한 방송뉴스 보도와 노조에 의해 잇따라 드러났다. 녹음 내용과 녹취록엔 회사 관계자가 “선거를 무효로 할 것”을 노조 관계자에게 종용하면서 ‘근무지 변경’과 ‘보상’ 등을 제안하는 내용 등이 들어 있다.
회사쪽 관계자는 “노조 내부에서 선거 결과를 놓고 논란 중이어서 노조위원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회사 관계자가 노조원들과 접촉해 선거개입을 했다는 사실은 현재 자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2년째 적자를 기록한 코오롱은 올 초 두 차례에 걸쳐 경영악화를 이유로 구미공장 노조원 1450명 가운데 모두 509명의 노조원을 강제희망퇴직 등의 방식으로 감원했다. 또 감원된 509명 가운데 400여명은 비정규직으로 다시 채용했다.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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