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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하이스코 순천공장 고공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비정규직 노조원들의 모습. 26일 오후 노조 조직부장 박종삼씨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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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조-경찰 충돌 ‘불상사’ 터져도… 경찰 “사쪽에 즉각진압 요구”…‘크레인 농성’ 마실물도 떨어져
전날 밤 노동자들과 경찰이 충돌한 전남 순천시 해룡면 율촌산단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은 26일 오후 겉으론 조용했다. 경찰과 회사 쪽은 정문 앞에 철제 바리케이드를 친 채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 60여명은 여전히 고공 크레인에서 7대에서 60여시간 째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마실 물이 없어요”=크레인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조 조직부장 박종삼(38)씨는 전화가 연결되자 “1.5ℓ짜리 생수 30병이 어제(25일) 밤 10시께 다 떨어져 버렸다”며 갈증을 호소했다. 박씨는 “회사와 경찰에 물을 달라고 했지만, 반입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배낭에 넣어온 라면 2상자도 바닥이 났다고 말했다. 25일 밤 전남 순천·여수·광양 등 동부지구협의회 소속 노동자 3000여 명과 경찰의 충돌로 노조원 65명과 경찰 70여명이 다쳤다. 또 경찰차 4대가 불에 모두 타거나 반쯤 탔다. 경찰은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노조원 등 24명을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쪽 대화 거부가 원인=이번 사태는 현대하이스코가 노조나 시민대책위원회와 대화하기를 아예 거부하면서 극단으로 치달았다. 시민대책위원회는 “현대하이스코 하청업체들이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위장 폐업한 것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다”고 지적했다. 순천공장 13개 하청회사 노동자 430여명 중 120여명은 6월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조를 결성했다. 박씨는 “전기정비와 기계정비 하청업체에서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해도 임금이 절반도 못되는 월 평균 110만원에 불과했다”며 “3조3교대로 휴일도 없이 근무하는데도 월차와 연차를 사용하면 월급을 공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청회사들은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의 부당 전출과 폐업으로 대응했다. 하청업체 4개사는 결국 노조 설립 전후인 6~8월 폐업하는 바람에 노조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신규 하청업체들은 ‘노조를 탈퇴하면 고용을 승계해주겠다’는 당근을 던져 일부를 채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노조는 7월부터 순천공장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면서 △비정규직 노조 인정 △현대하이스코 직접 대화 △해고자 원직 복직을 요구해왔다. 박씨는 “현대하이스코가 하청업체를 설득해 간담회라도 마련해주길 바랐지만, 철저히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쪽은 “원청회사의 입장에서 하청회사의 노무·인사문제에 개입하면 법 위반이다”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경찰은 “노조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있지만, 회사 쪽에서 즉각 진압을 요구하고 있어 난처하다”고 말했다.현대하이스코는 비정규직(430명)과 정규직(290명)을 고용해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쓰이는 냉연 강판을 연 200만t 가량 생산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만 6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순천/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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