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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30 19:10 수정 : 2005.10.30 19:10

30일 오후 전남 순천시 해룡면 율촌산단 현대하이스코 공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일주일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농성자 가족들이 공장 정문 앞에서 노동자들에게 음식물을 전달해줄 것을 요구하며 앉아 있다.

회사쪽, 중재 거부…물·음식 반입도 차단


“제발 물이라도 갖다 주게 해주세요….”

30일 오후 전남 순천시 해룡면 현대하이스코 공장 앞에서 농성자 가족 20여명이 울부짖고 있었다. 이날로 1주일째 공장 2개 동을 점거하고 있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김밥과 물을 전달하려다 회사 쪽 관계자와 경찰들에게 제지당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농성자 가족 이매엽(59·순천시)씨 등 2명이 정신을 잃고 공장 앞 아스팔트 위에 쓰러지기도 했다. 가족대책위원회는 “며칠 전 농성자들에게 음식물을 전달하려던 임산부 2명까지도 경찰과 회사 쪽이 내팽겨쳤다”고 전했다. 김아무개(33)씨의 부인(28)은 “해고되기 전 한달에 겨우 두차례만 쉬고 일하면서도 월급은 110만원에 지나지 않았다”며 “아이가 아빠를 찾으며 주민등록증 사진을 보고 운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가족들은 이날 오후 경찰이 농성 중인 공장의 지붕을 모두 떼어내자 불안스럽게 공장 안을 살폈다. 지붕 위에는 경찰 특공대 10여명과 회사 쪽 관리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경찰은 공장 앞에 매트리스 수백개를 내려 놓아 농성장 주변은 곧 경찰이 진압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가족들은 “119 소방관들이 왜 소방차 호스로 농성장 안으로 물을 뿌려대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전운’이 감돌고 있는 이날 오후 3시께 공장을 점거 중인 노동자들은 휴대전화로 ‘동지들 잘 있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민주노총 금속노련 비정규직노조 현대하이스코지회 박정훈(38) 지회장 등 61명의 농성 노동자들은 24일부터 생라면 1개와 초코파이로 하루 두끼를 먹으며 버텨왔으나, 현재 그나마 바닥난 상태다.

한편, 현대하이스코 농성 사태를 풀기 위한 주변의 대화와 중재 노력도 실패로 끝났다. 노동부가 28일 현대하이스코 쪽과 하청업체 농성 노동자들의 간담회를 주선한 뒤 새벽까지 양쪽을 오가며 대화의 끈을 이으려고 했지만 결국 대화가 끊어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대하이스코가 아예 대화에는 귀를 막아버려 사태 해결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도 29일 오전 순천공장을 찾아 점거 농성자들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회사 쪽 반대로 무산됐다. 단 의원은 이날 “노동부가 현대하이스코의 불법 파견 문제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현대하이스코 쪽은 경찰에 수차례 진압을 요청하고 있다. 회사 쪽은 “솔직히 28일 간담회도 노동부와 경찰에서 수차례 요구해 하는 수 없이 나갔을 뿐”이라며 “비정규직 실직 노동자들의 점거 농성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돼 하루 40억원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순천/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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