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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와 노조 말살을 위한 위장도급 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서울 영등포구 기륭전자 정문 앞에서 71일째 농성을 하고 있는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노조 기륭전자분회 노조원들이 1일 오후 농성장에서 분회 재정사업을 위해 십자수를 놓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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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결성→해고 되풀이 불법 판정해도 무시 일쑤
1일로 9일째에 접어든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조원들의 순천공장 점거 농성을 계기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3권의 보호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노조 설립을 이유로 전국 곳곳에서 사실상 해고돼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일부 사업주들이 불법 파견 판정을 받고도 정규직 전환을 묵살해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어 법적 보완이 시급하다. 민주노총 금속연맹이 집계한 결과, 18개 비정규직 지회 노조원 5천여명 중 10개 지회 770여명이 사실상 해고됐고 원청의 손해배상 청구액만도 117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노동자 노조 조직률이 3.1%에 불과하다. 서울 구로2공단 안 기륭전자㈜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60여명은 공장 앞에서 ‘계약해지 철회와 성실 교섭’을 촉구하며 두달여째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기륭전자 노동자 200여명은 지난 7월 초 서울금속노조 분회를 결성한 뒤 도급회사 계약해지로 해고됐다. 이들은 단체협상을 진행하던 중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계약해지를 통보받는 등 노조 탄압이 잇따르자 지난 8월 말 생산라인 일부를 점거했다가 55일 만에 강제해산됐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노동부에서 불법 파견 판정을 받고도 정규직 고용 계획을 세우지 않고 완전 도급 계획을 제출해 입건됐다. 하이닉스-매그나칩 충북 청주공장 8개 협력업체 노동자 300여명도 지난해 10월 사내하청 노조를 설립했다가 12월 이후 3곳이 완전 폐업하면서 120여명이 일자리를 잃은 뒤 10개월째 투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노동부에서 도급업체 소속 노동자 6명을 불법 파견한 사실을 적발당하고도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있다. 기아차 화성공장 20여개 하청업체 500여명의 노동자들은 지난 6월 금속노조에 가입한 뒤, 일부 업체가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3일 동안 생산라인을 점거했다가 정규직 노조의 지원을 받고서야 한달 동안 계약해지가 연장된 상태다. 송보석 금속노련 비정규직 국장은 “사업주들이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해고가 쉽다는 점 때문에 법을 교묘히 이용해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고 있다”며 “노동부가 불법 파견 사실을 적발한 뒤 정규직 전환을 꺼리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기소해 송치하는 권한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호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지회 수석부회장은 “불법 파견 사실이 드러난 사업주가 정규직 전환 등 후속 조처를 하지 않아도 벌금만 물면 된다”며 “사업주들이 불법 파견 사실이 적발되면 피부로 느낄 만큼 고액의 벌금을 물리는 등의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불법 파견 사업주에 대해 입건해 처리하고 있지만, 강력한 제재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불법 파견의 경우에도 사용자의 직접고용 의무를 명문화하려고 법안을 마련했으나 국회에 상정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양상우 기자 daeha@hani.co.kr
비정규직 쟁점 다시 불붙는다 여 “노사가 반대해도 2005년안 입법” 열린우리당이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한다는 방침 아래, 노사 협상을 중재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목희 열린우리당 제5정책조정위원장은 1일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오는 20일까지 노사 협상을 주선하고,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법안 처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최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정규직 관련 입법을 반드시 해 달라고 여당 쪽에 공식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열린우리당은 이르면 이번주 말께 민주노총·한국노총 위원장과 경총·전경련의 대표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협상을 주선하고, 양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과 사용사유 제한 여부 △근로계약이 끝난 뒤 고용보장 여부 등에 대한 합의를 종용할 계획이다. 20일까지 노사협상 주선 두 노총 “보호법 돼야” 사용 사유제한 등 난제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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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법안 관련 노사간 주요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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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가 ‘정규군’ 노동자 56%가 비정규직 임금격차 갈수록 심화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세를 정부부문을 포함하는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소장 김유선)는 1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05년 8월) 결과’를 바탕으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를 조사해 발표했다. 이 조사를 보면, 비정규직의 월 임금 총액은 2004년 정규직의 51.9%에서 2005년엔 50.9%로, 시간당 임금은 53.7%에서 51.9%로 그 격차가 확대됐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회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가입률은 31~33%로, 정규직(82~99%)의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별 비정규직 비율은 농림어업건설업 77.3%, 민간서비스업 73.3%, 공공서비스업 40.8%, 광공업 38.3%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광공업과 농림어업건설부문은 지난해에 비해 비정규직의 비율이 감소했으나, 공공서비스업은 2003년 37.6% 이래 2년 연속 비정규직의 비중이 커지며 전체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정부부문인 공공행정과 보건사회복지사업은 23.2%와 41.3%로 지난해보다 각각 2.8%포인트와 3.9%포인트 늘었다. 올해 전체 비정규직 규모도 지난해보다 25만명 늘어난 840만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56.1%를 차지했다. 김유선 소장은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2003년 784만명(임금노동자의 55.4%)에서 2004년 816만명(55.9%)으로 31만명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증가 추세가 둔화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소득 불평등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금노동자 가운데 상위 10%와 하위 10%의 임금 격차는 월 임금 총액 기준으로 2001년 4.6배에서 2005년 5.0배로,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는 2001년 4.8배에서 2005년 5.4배로 증가했다. 저임금계층(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받는 계층)은 398만명(26.6%)에 이르며, 저임금계층 가운데 정규직은 44만명, 비정규직은 354만명으로, 10명 가운데 9명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2005년 8월 기준으로 법정 최저임금(시간당 2840원)에 못미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121만명(8.1%)으로 나타났으며, 노동조합원 수와 가입률은 176만명(11.8%)으로, 정규직이 149만명(22.7%), 비정규직이 27만명(3.2%)으로 조사됐다.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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