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03 08:59
수정 : 2005.11.03 08:59
노사 핵심쟁점 의견 접근
순천 현대하이스코의 비정규직 해고근로자들과 회사쪽의 협상이 3일 새벽 사실상 타결됐다.
사내 하청 노동자들인 이들은 지난달 24일부터 11일째 회사 내 크레인을 점거하고, 회사쪽에 비정규직 노조를 인정하고 단체교섭에 응할 것 등을 주장하며 농성을 벌여왔다.
이와 관련해 회사 쪽이 이들 노동자들을 정규직 업무에 동원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주장이 작업 사진 및 녹음 등 물증과 함께 제기됐다.
비정규직 노조는 2일 현대하이스코 전남 순천 공장의 근무일지와 업무상 대화 녹음, 작업현장 사진 등을 바탕으로, 회사 쪽이 사내하청업체 직원들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내리고, 한 작업장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같은 일을 시켰다고 폭로했다.
이날 노조가 밝힌 녹음에는, 지난해 8월13일 공장 안에서 현대하이스코 직장 ㅅ씨가 사내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제품 포장 등을 직접 지시하는 대화 내용 등 원청회사 관계자가 직접 하청노동자들에게 일상적으로 직접 업무지시를 한 사실이 담겨 있다.
최근 촬영된 롤정비 작업 사진 등에는 정규직 노동자들과 하청 노동자들이 뒤섞여 같은 일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으며, 현대하이스코 관계자들이 작성한 지난해 1월6일치 순천공장 롤샵 교대근무 일지에도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월차’, ‘대근(대신근무)’ 내용 등이 적혀져 있다.
노동자들이 입수해 공개한 현대하이스코의 ‘경영 매뉴얼’에도 사내하청노동자들을 직접 지휘·감독하는 사례가 적시돼 있다. 이 회사에는 정규직 노동자(250명)보다 비정규직 노동자(430명)가 더 많다.
노동부 지침을 보면, 원청과 하청 노동자가 섞여 일하면서 하도급 노동자가 ‘하나의 공정 안에서 원도급자의 지시·감독을 받고, 원청 근로자와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 등을 불법 파견으로 판정하고 있다.
2달여 이상 현대하이스코의 불법파견 여부를 조사중인 광주지방노동청 여수지방노동사무소는 “조사 중이어서 아직 밝힐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하이스코 쪽은 “원청과 하청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섞여 일하지 않고 있으며, 같은 공정에서 일하지도 않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불법 파견’을 주장을 부인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사무소는 이날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의 농성 노동자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 광주사무소는 최근 광주·전남민중연대가 진정서를 내자 현장 조사를 위해 순천공장장과 농성자 면담을 정식 요청한 바 있다.
경찰은 허준영 경찰청장의 약속대로 이날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노동자들에게 가족들이 건넨 생수, 김밥, 식빵 등 3일치 식량을 전달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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