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단체 "돈으로 노동계 길들이려"
정부가 노동단체에 대한 국고지원 방식을 특정단체를 지정해 지원하는 것에서 사업별로 공모, 심사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키로 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국고지원을 공모방식으로 전환하면 예산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노동단체들은 `정부가 돈으로 노동계를 길들이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3일 노동부와 노동단체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노동단체에 대한 국고 지원을 공모방식으로 전환해 사업별로 공모한 뒤 심사를 거쳐 공익적인 성격의 사업에 국고를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또 종전에는 정부가 노동단체에 국고를 직접 지원했으나 앞으로는 한국노동교육원에 위탁해 공모, 심사, 지원 등을 맡도록 할 방침이다. 노동부는 지금까지 국고지원 대상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지정하고 한국노총에는 연간 약 25억원, 민주노총은 10억원 가량을 지원해 왔다. 노동부 관계자는 "공모 방식으로 국고지원 방법을 전환키로 한 것은 공익성과 공공성 있는 사업을 지원해 예산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내년에도 노동단체 지원 명목으로 35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며 "앞으로는 공모에 응한 사업이 공익성이 있다고 결론나면 한국노총, 민주노총은 물론 산별연맹이나 단위노조도 국고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공모 방식 전환을 추진할 방침이지만 최종 결정은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내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에 대해 노동단체들은 "정부는 노동정책의 결정자이면서 노동단체와 노정협상을 벌이는 주체이기도 하다"며 "노동조합의 협상당사자가 예산지원 권한을 행사할 경우 상호신뢰와 이해를 통한 노정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고 비판하고 있다. 노동단체들은 또 "노동부 산하 기관인 노동교육원이 사업지원 프로그램을 심사한 후 지원대상을 선정하게 되면 노동단체가 정부의 눈치를 살피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공모 방식 도입은 노동단체를 길들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공모 방식으로 전환되면 이벤트성 사업 등에 대한 무원칙한 선심성 지원으로 예산이 낭비될 우려도 있다"며 "부당해고 노동자들을 위한 법률상담 등 기존의 공익적 사업수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영복 기자 youngbo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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