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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먼 노사 장기간 표류해온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노사 대표자가 10일 열린우리당 주선으로 국회에서 만났다. 전재환 민주노총 비대위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목희 열린우리당 제5정책조정위원장, 원혜영 정책위의장, 이수영 경총 회장(왼쪽부터) 등이 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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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 로드맵’ 12월 입법예고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007년부터 대기업 노조의 전임자에 대한 회사의 급여 지원을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일정 규모 이하의 중소기업 노조에 대해선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사실상 보조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또 필수공익사업장의 파업에 대한 직권중재 제도가 폐지된다. 대신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노동부 장관이 직권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긴급조정 대상인 공익사업장의 범위가 확대되고, 공익사업장에서 파업이 발생할 경우에는 대체근로를 허용하기로 했다. 당정 “병원·철도·전기·가스등에 적용”
전임자 급여지원 금지등 더 조정 필요
비정규직법 맞물려 노사 합의 미지수 열린우리당과 노동부는 최근 당정협의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노사관계 로드맵) 24개 과제 가운데 20개항의 내용과 추진 방향을 확정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당정은 다음달 초 노동조합법과 노동관계조정법 등 관련 4개 법률을 입법예고한 뒤,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미합의 쟁점=노사관계 로드맵의 24개 과제 가운데 △사용자의 노조 전임자 급여 지원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정리해고 요건 △노사협의회 정기회의 의무 등 4가지는 당정 간에 이견이 남아 있어 조정이 필요하다. 노조 전임자 급여 지원의 경우, 정부는 2007년부터 금지하기로 한 현행법을 유지할 방침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소규모 노조가 유명무실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해 조합원 300∼500명 이하의 기업에 대해선 ‘타임오프제’를 도입하거나 지원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타임오프제는 근무시간의 일정 부분을 노조 활동에 할애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2007년부터 허용되는 복수노조의 교섭권에 대해, 여당은 과반수 노조에 교섭권을 주기로 한 정부안 대신 조합원 60% 또는 3분의 2 이상이 가입한 노조로 교섭 창구를 단일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또 정리해고 사전통보 기간을 현행 60일에서 30일로 줄이기로 한 정부안에 부정적이다. 정리해고 절차가 손쉬워진다는 우려에서다. 이와 함께 여당은 1년에 4번 열도록 돼 있는 노사협의회 횟수를 2번으로 줄이자는 정부 의견에도 반대하고 있다. 합의된 과제들=노동계가 가장 반발하는 사안인 파업사업장 대체근로 투입 여부는, 병원·철도·전기·수도·가스 등 공익사업장에 한해 허용하기로 했다. 공익사업의 범위에 열·증기 공급업, 사회보험 등 공공서비스업도 추가했다. 또 공익사업장에 대한 긴급조정 기간도 현행 30일에서 60일로 늘렸다. 당정은 대신 필수공익사업 개념과 직권중재 제도를 폐지하자는 노동계 주장은 받아들였다. 다만, 공익사업 분야에서 파업을 할 경우, 최소한의 업무 유지 의무를 져야 한다. 또 실업자도 산별노조 등 초기업 단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애초 노사관계 로드맵 34개 과제에 포함됐던 교섭·쟁의 대상 확대, 임금지급 보장 강화 등 10개 과제는 장기 검토 필요성 등을 이유로 추진을 유보했다. 처리 전망=노사관계 로드맵은 2003년 2월부터 추진돼 왔으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불참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노사정위 활동 기한도 지난 9월 끝났다. 당정은 2007년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있어 입법화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태도다. 일단 입법예고를 한 뒤 노사의 논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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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 관련 당정간 미합의 쟁점,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 관련 당정 주요 합의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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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노사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노사의 의견차가 클 뿐 아니라, 비정규직 법안이라는 ‘난제’가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두 노총과 경총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중재로 4개월 만에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협상을 재개해, 오는 30일까지 협상을 지속하기로 했다. 그러나 타결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목희 위원장은 “비정규직 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은 노사 합의를 이루는 게 최선이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노사 협상 결과를 반영해 국회가 법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사용자 편들기” 두 노총 반발 “복수노조 협상청구 단일화등 교섭권 약화” 열린우리당과 정부가 확정한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에 대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사용자의 대항권 강화와 노조의 약화를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다”며 “사용자 편향을 드러낸 지극히 비민주적인 내용”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특히 두 노총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제한, 복수 노조 협상창구 단일화 방안 등 핵심 사항들에서 정부와 여당이 사용자의 이해관계만을 전적으로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두 노총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제한은 국제노동기구 기준에 위배될 뿐 아니라 한국적 상황에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전임자 임금을 법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는 것이다. 협상창구 단일화도 △노조의 교섭권을 제약하고 △단일화 과정에서 사쪽의 개입이 발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고 △노-노 갈등까지 낳을 것이라며 “창구단일화 여부는 노조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쟁의기간 중 대체근로 허용’ ‘긴급조정제 유지 및 조정기간 확대’ ‘정리해고 협의기간 단축’ 등은 사용자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노조의 약화를 가져와 사회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 방안은 10%대의 낮은 (노조)조직률과 기업별 노조 체제 아래서 대등하고 민주적인 노사관계 구축이 불가능한 현 상황을 전향적으로 해결하기는커녕 자본과 정권의 지배개입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라며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은 전면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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