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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노조 총파업 가결…배경과 전망 |
쌍용자동차 노조가 15일 투자약속 이행과 `S-100프로젝트' 저지를 이유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가결시키면서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된 지 갓 1년을 넘긴 쌍용차가 또 다시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쌍용차 노조는 당장 파업에 돌입하지는 않고 일단 상하이차 및 최형탁 신임 사장대행과 논의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1-2차례 협상을 가진 뒤에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면 이날 결의한대로 부분파업, 총파업의 수순을 밟아나간다는 계획이다.
◇ 총파업 결의의 배경 = 노조는 총파업 결의의 이유를 두 가지로 들고 있다.
하나는 작년 10월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맺었던 특별협약의 불이행이고 다른 하나는 `S-100 프로젝트'를 통한 기술 유출 우려다.
쌍용차 노사는 작년 10월28일 고용 보장과 신규 프로젝트 추진 등에 매년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 실시 등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협약에 합의했다.
특별협약에는 구체적 투자 금액과 시기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특별협약 체결식에서 장쯔웨이 대표는 쌍용차가 자체적으로 준비해오던 `2008년까지 약 10억달러 투자 계획'과 관련, "쌍용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10억달러로는 안된다"고 말해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임을 시사했다.
노조는 우선 10억달러 투자 계획의 연장선상에서 지난 5월 사측과 맺은 `특별 노사합의서'에 나와있는 연내 4천여억원 투자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장쯔웨이 대표는 지난 5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3천억원을 신차 개발 등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 관계자는 "상하이차의 직접 투자가 이나라 쌍용차의 자체 이익을 재투자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상하이차의 주장을 인정한다 해도 실제 신차 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약속한 4천억원에 훨씬 못미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조는 `S-100 프로젝트' 저지를 내걸었다.
`S-100 프로젝트'는 상하이차와 쌍용차가 50%씩 투자해 중국에 합작 공장을 설립, 2007년 말부터 RV(레저용차량)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사측은 "S-100프로젝트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쌍용차가 먼저 제의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노조측은 이 프로젝트가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앞선 RV 기술을 빼가기 위한 포석이라며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노조측은 중국 공장 건설이 국내 공장의 하청공장화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총파업 돌입할까 = 노조는 총파업이 가결됐지만 당장 파업에 돌입하지는 않고 상하이차를 포함한 사측과 협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16일 장쯔웨이 대표와 면담이 예정돼 있다.
노조 관계자는 "상하이차측에 올해 투자했다는 3천억원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을 가져올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상하이차측은 노조의 총파업 결의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노조를 설득할 마땅한 카드가 없어 난감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관계자는 "사측 입장은 지난 7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밝혔다고 보면 된다"면서 "이제 서로가 가진 이견을 대화를 통해 좁히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쯔웨이 대표와 최형탁 신임 사장대행은 당시 간담회에서 연말께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일반 직원의 구조조정 및 쌍용차의 재매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내수 시장 위축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섣불리 파업에 돌입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쌍용차는 최근 4년간 흑자 행진을 해오다 경유값 인상에 따른 RV시장 위축 등의 요인으로 올 상반기에 685억원의 적자를 냈고 3분기에 184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연간으로는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긴 했지만 당장 파업에 돌입하기 보다는 사측과 당분간 줄다리기를 계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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