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전문가들 ‘직장갑질119’ 카톡방 열어
엿새 만에 303건 상담 쏟아져
무임노동·인격모독·해고위협 등 다양
“고용부 진정·손배 청구 등 진행할 것”
“일요일 밤 11시에 전화 안받았다고 썅욕 먹었습니다. 살려주세요…매일 야근 기본12시까지…야근수당 없구요, 쉬지도 않고 37시간 일한 적도 있네요.
“돈(임금 체불)보다도, 인격무시·언어폭력 등 부당대우가 더 억울해 처벌 원해요.”
“다들 불만은 많지만 소리는 못내는 상황이네요. 꼭 좀 바꿔보고싶네요…어제도 수습 한 명 3개월 채우고 짤려서 나갔네요.”
지난 1일 노동전문가 241명이 참여해 개설한 ‘직장갑질119’(gabjil119.com)의 오픈 채팅방에 온갖 상담과 고발이 밀려들고 있다. 불과 엿새만에 카톡 대화와 이메일 신고 등 모두 303건의 상담 요청이 쏟아졌다. 장시간 무임노동, 폭언·폭행, 해고 위협, 인격 모독, 근무중 휴대폰 압수, 잡심부름 등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사용자나 상사에게 겪는 갑질 피해의 정도와 유형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상담 활동가들은 주말 휴일에도 쉬지 못했다. ▶관련기사= “저임금·초과근무·언어폭력? ‘직장갑질 119’에 상담하세요”
직장갑질 119는 개설 이후 엿새간 상담 내용들을 신고 건수와 유형, 내용, 조치 등에 따라 분류한 결과를 7일 공개했다. 상사가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욕설과 폭력을 휘두르고, 견딜 수 없는 모욕과 인격모독을 밤낮으로 하고, 하루 2~3시간도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과중한 업무를 부여하면서 수당은 주지 않는, 상상을 초월하는 갑질 신고가 잇따랐다고 한다.
익명을 보장받은 상담자들이 가장 많이 쓴 낱말을 보면, 법규와 관련된 단어는 수당(212), 연차(174), 퇴사(108), 근로계약(98), 야근(79), 해고(77) 등의 차례였다. 또 감정과 관련된 낱말은 화(309), 욕(69), 무시(63) 등이 많았으며, 폭언(34)과 폭행(10)도 상당수 있었다.
첫 상담자는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였다. 그는 “상사의 인격모독적 폭언에 업무를 못하고 퇴사를 생각하고 있다”며 “억울하고 분해서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고 털어놨다.
‘돈내놔’라는 아이디(대화명)의 계약직 노동자는 “회사 컴퓨터로 대표님께 편지를 썼는데, 보여드리기 위한 게 아니라 혼자만의 화풀이 방식으로 ‘○○○씨에게’ 라고 썼다”며, 그런데 대표가 자신의 컴퓨터를 마음대로 사용하다가 편지를 보고 “대표님을 ooo씨라고 했다는 이유로 해고한다고 합니다”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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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직장인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고 바로잡는 사회적 캠페인 ‘직장갑질 119’ 활동가들이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층에서 공식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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