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경력 쇼핑몰 웹기획자, 디자인 업무 맡겨
처음 해본 낯선 디자인 업무에 업무평가 ‘최하’
제도적 지원 늘어도 일터에서 받는 불이익 여전
“본인은 (출산휴가·육아휴직을) 9개월 다녀왔고 나는 회사의 룰을 세워야 하잖아. 다른 팀으로 보내면 ‘프라이드’(자존심) 때문이라도 (회사를) 그만두겠거니 했는데 그러지 않더라고. 아직 더 다니고 싶은 거예요?”
지난 2월까지 온라인 가격비교 쇼핑몰에서 일한 13년 경력의 웹기획자 이경희(가명·35)씨는 최근 직장에서 ‘강제 경력단절’을 겪어야 했다. 이씨는 2016년 출산과 함께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6개월을 썼다. 이듬해 4월 복직한 이씨한테 회사 상사는 “(회사에) 더 다니고 싶냐”고 말했다.
이씨는 9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애초 육아휴직에 앞서 회사로부터 ‘육아휴직을 석달 이상 하면 인사 조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지만,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서 휴직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휴직 기간 내내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불안은 복직과 함께 현실로 다가왔다. 회사는 이씨한테 애초 업무였던 웹기획이 아닌 ‘디자인’을 맡겼다. ‘포토샵’(미국 어도비사의 웹디자인 소프트웨어) 한번 다뤄본 적 없던 이씨한테 관리자는 “과장인데 이것밖에 못하냐”며 낮은 업무평가 점수를 줬다. 이씨는 결국 지난 2월 스스로 퇴사했다. 그는 “아이를 낳고 복직했지만, 내게 찾아온 현실은 원치 않는 ‘경력단절’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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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정 양립을 위한 법·제도적 지원은 늘어도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한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불이익은 여전하다. 서울 성동구의 한 어린이집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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