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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3 19:54 수정 : 2005.12.14 00:32

이총리 때늦은 반성…노동부는 “우리가 혼자 했나?”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에 대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노동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또 정부 부처 사이에도 ‘책임’을 미루는 양상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단 두 차례였던 긴급조정권 발동이 현 정부 들어 두 차례나 이뤄진데다, 발동 과정도 사쪽을 일방적으로 두둔했다는 안팎의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무총리의 ‘반성’=이해찬 국무총리는 13일 열린 국무회의 자리에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은 산업보호와 국민편의를 위해 불가피한 조처였지만, 대한항공은 지금까지 성실한 노사협의를 했다고 볼 수 없다”며 “매번 이럴 경우 각 기업 내부에서 처리해야 할 노사의 사안에 정부가 나서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전날 총리실 확대간부회의에서도 “긴급조정권은 불가피하게 사용돼야지 노무관리 차원서 사용돼선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강진 총리 공보수석은 “이 총리는 사쪽이 충분한 노력도 하지 않고 긴급조정만을 요청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곤혹스런 노동부=국민경제 보호라는 ‘명분’ 아래 이뤄진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 사쪽의 노무관리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이 총리의 언급이 연일 나오자, 주무부처인 노동부 간부들은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의 한 간부는 “애초 노동부는 ‘정부 개입’보다 ‘노사 자율교섭’을 중시했지만, 경제부처들의 요청이 잇따랐다”며 “긴급조정권 발동이 노동부의 독자적 결정으로 가능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정현옥 노동부 홍보관리관도 “노사자율을 우선하는 노동부와 국가경제를 걱정하는 경제부처 사이엔 의견 차이가 있기 마련”이라며 “긴급조정권 발동은 부처간 협의 과정을 통해 (노동부가 아닌)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리실 한 간부는 “총리가 노동부를 질책한 것으로만 보지 말아달라”면서도 “‘노동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에 이르는 사태를 미리 예방할 수는 없었던가’ 하는 점에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고 말했다.

이어지는 노동계 항의=한국노총도 이날 “건국 이후 2번 발동된 긴급조정권이 올해만 2번이 발동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정부가 누구의 편인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긴급조정권의 남발 속에서 노사자율 해결 원칙과 노사관계 선진화는 남의 나라 얘기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길오 한국노총 대변인은 “노무현 정부가 말해온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자율을 강조해야 할 정부가, 어떻게든 노조의 쟁의행위를 막고 파업 손실만을 낮추려는 근시안적인 처방에 매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오후 2시께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긴급조정권 발동 규탄’ 집회를 열연 뒤, 오후 4시엔 중앙노동위원회를 앞에서 다시 집회를 열며 항의의 강도를 높여갔다. 민주노총은 “헌법적 권리인 파업권을 제한하고 일방적인 사용자 편들기에 악용되고 있는 긴급조정권 남발”을 항의하는 서한을 중노위에 전달했다.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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