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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1 16:01 수정 : 2005.12.21 16:01

"법이 보장하는 노조를 만든다고 설마 해고까지 당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무노조 경영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할인점 이마트에서 노조를 결성해 회사와 갈등을 빚다가 근로계약 연장을 거부당한 계약직 주부사원 최옥화(42), 이명희(41), 고경희(39)씨의 긴 싸움이 21일로 만 1년을 맞았다.

이마트에서 무노조의 금기가 깨진 것은 지난해 12월 21일.

월 70만원대의 저임금과 주말.공휴일 휴무 금지 등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자 하는 최옥화씨 등 23명의 계산원들이 모여 노조 창립총회를 열고 '무노조 공화국' 이마트에서 처음으로 노조 깃발을 올렸다.

노조 분회장 최옥화씨는 "회사에 '사전모의'가 발각될까봐 식당 같은 곳은 가지도 못하고 퇴근 후 동료 집을 전전하며 뜻있는 노조원 22명을 모았다"며 당시 상황을 "마치 007 작전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노조원들에 대해 유무형의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을 계산대에 들여보내지 않고 하루종일 '면담'을 하고 식사시간까지 따라다니며 다른 직원들과의 접촉을 원천 봉쇄하는가 하면, 노조원들의 집과 고향까지 찾아가 남편, 시어머니, 친정 아버지 등 가족들에게 노조활동을 접게 하도록 종용하기도 했다.

특히 최옥화씨는 "본사의 한 관계자가 비공식 접촉을 통해 퇴사를 조건으로 퇴직 때까지 일한 것으로 계산해 2억원을 제공하겠다고 했을 땐 잠시 흔들리기도 했다"며 회사측이 회유책도 구사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노조설립 후 열흘이 채 안돼 19명이 동시에 탈퇴했고, 이에 항의하며 집회, 유인물 배포 등의 방식으로 회사를 비판했던 나머지 3명의 조합원들에게 회사측은 "회사를 비방했다"며 지난 1월 16일자로 정직을, 7월 10일자로 계약해지(해고)를 통보했다.

그러나 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4월과 10월 두 차례의 판정을 통해 이마트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고 조합원 탈퇴를 강요했다는 사실을 인정, 세 조합원의 복직을 사측에 명령했으며 이마트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이마트 노조를 도와 지노위 복직명령 판정을 이끌어낸 이석진 노무사는 "거대기업을 대상으로 용감하게 맞서고 있는 세 분의 조합원들이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합원 고경희씨는 "두 자녀를 둔 평범한 주부로서 가정과 아이들을 돌보며 동시에 대기업과 싸워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조합원들과 함께 한다면 끝까지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 (용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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