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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지딘 염료’ 노동자, 방광암 첫 발병…1명 자살
인체에 치명적인 발암물질을 장기간 다루거나 다뤘던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가 엉망이다. 특히 10~30년의 잠복기 이후 치명적 직업병을 낳는 발암물질의 특성 때문에 앞으로 희생자가 잇따를 것으로 보이는데도 정부는 무방비 상태다. ‘벤지딘 방광암’ 첫 발병=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과장 임종한 교수)는 3일 “25년 동안 벤지딘염산염을 다뤘던 한아무개(53)씨가 최근 벤지딘염산염 장기노출에 따른 직업성 암인 방광암 발병 사실이 확인돼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벤지딘계 염료를 제조·취급하는 노동자에게 방광암 발생이 공식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인하대병원은 “한씨의 발병 원인 추적과정에서 같은 사업장에서 30년간 일한 조아무개씨가 2000년 퇴사 뒤 방광암이 발병하자 자살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벤지딘은 호흡기를 통해 몸 안에 흡수된 뒤 20~30년의 잠복기를 거쳐 방광암을 유발한다. 임 교수는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 노동자 수천명이 벤지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앞으로 발병이 잇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14개물질 관련자에 ‘건강관리수첩’ 교부 불구추적관리 허술…교직자 19%만 무료검진 받아 허울뿐인 건강관리수첩=한씨나 숨진 조씨는 2000년 2월 노동부 장관이 교부한 ‘건강관리수첩’을 발부받았다. 건강관리수첩 제도는 수십년의 잠복기를 갖고 있는 치명적인 발암물질 14개 취급 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관리할 목적으로 1992년부터 시행했다. 수첩 교부자에게는 추적·관리와 함께 연간 1회의 무료 건강검진이 지원된다. 그러나 산업안전공단 한 관계자는 “실태 파악 결과, 한씨의 사업장에서 수첩을 교부받은 노동자 30명 가운데 27명이 이직했으나, 이 가운데 공단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건강진단을 받은 사람은 5명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씨나 한씨 모두 그동안 ‘벤지딘이 장기 잠복 뒤 방광암을 유발한다’는 교육이나 설명을 어디서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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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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