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06 17:59
수정 : 2006.02.06 17:59
[제2창간]
독자 배가추진단장 넉달, ‘배가’ 하지 못한 채 시민편집인으로 자릴 옮깁니다. 이제 여러분의 입과 손발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비판보다 지지가 더 필요한 때라는 소신을 거듭 밝히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홍세화입니다.
제2창간운동본부 독자배가추진단장이라는 긴 직함으로 처음 인사를 드린 지 넉 달이 됐습니다. 그동안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여러 독자를 만났습니다. 한겨레에 닥친 위기를 같이 아파하시는 분들을 만났고, 간혹 변해버린 한겨레가 싫어 떠난다는 분도 만났습니다.
온힘을 쏟아 호소했습니다. 한겨레가 한국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잣대라고, 지금은 비판보다는 지지에 무게를 실을 때라고 …. 그리고 많은 분들이 호응해 한겨레 큰지킴이로 참여해주셨고 ‘독자가 독자에게’ 운동에도 앞장서 주셨습니다. 매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찾아가는 ‘홍세화의 수요편지’가 어찌 보면 불편하게 여겨졌을 수도 있을 텐데, 제 편지를 보고 한겨레 독자가 되신 분도 적지 않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독자배가추진단장으로 일하면서 독자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정말 한 분, 한 분이 소중합니다. 그래서 독자님들 곁으로 더 다가서려 합니다. 2006년 새해부터 제 일의 성격이 조금 바뀝니다. 최근 <한겨레> 지면을 통해서도 자세히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지금까지는 한겨레 구성원으로 여러분을 만났다면 이제는 한겨레와 독자 여러분들 사이에 서서 한겨레에 따끔한 소리를 하려 합니다. ‘시민편집인’이 저의 새 직함입니다.
시민편집인은,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에 규정된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은 고충처리인)의 한겨레식 이름입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두 법에 따라 언론사는 ‘언론 피해의 자율적 예방 및 구제를 위해 일하며 시민을 대표해 신문제작에 대해 의견을 표시할 수 있는’ 고충처리인을 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한겨레 기사로 인해 권리를 침해 당했거나 명예를 훼손당한 분들을 위해 일합니다. 그리고 한겨레에 시민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길 수 있도록 칼럼을 쓸 예정입니다.
이제까지 한겨레의 정확하지 못한 보도 때문에 맘이 상하거나 불이익을 당해도 누구를 찾아 얘기해야 할지 막막하셨을 겁니다. 기자의 전자우편 주소가 있고 편집국 전화번호를 알고 있어도 연결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앞으로 시민편집인 홍세화(
hongsh@hani.co.kr, 02-710-0108)와 고객상담실(1566-9595)이 독자 여러분의 입과 손발이 되겠습니다. 물론, 지금 한겨레에 비판보다는 지지가 더 필요한 때라는 제 소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말씀 올립니다. 독자배가추진단장을 맡으면서 ‘배가’까지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독자와 주주 여러분들의 참여가 저조합니다. 제가 직접 해봐서 그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한겨레를 권하고 실제 구독으로 이어지기까지 그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최근까지 1만3천여부가 늘었는데 한겨레 임직원이 1만2천부, 한겨레 큰지킴이와 지킴이들의 ‘실적’은 1천여부 정도입니다. 어찌보면 대단하지만, “한겨레의 주인이 주주와 독자이니 연대의 손길을 뻗쳐보자”는 취지에서 이 운동을 시작했던 즈음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시민편집인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좀더 독자들 곁으로 다가간다는 점에서 반갑지만, 제가 시작한 운동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떠난다는 점에서 마음 한쪽이 무겁습니다. 그래서 호소합니다. 곧 봄입니다. 한겨레라는 희망의 씨앗을 널리 퍼뜨려 주십시오. 큰지킴이를 자원하신 분들, 그리고 한겨레를 주변에 권하면서 자연스럽게 지킴이가 되주신 분들 모두 조금만 더 분발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홍세화/시민편집인
hong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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