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창간] 부서간 ‘칸막이’ 걷어내고 심층기사 파고들기 ‘발품’
국내 일간지 최초 본격적 에디터-팀제 도입취재-편집 거리 좁히고 온-오프 통합 시동 최근 <한겨레>는 큰 결단을 내렸습니다. 국내 중앙일간지 가운데 처음으로 본격적인 의미의 ‘편집장-팀장 체제(에디터-팀 시스템)’를 도입했습니다. 국내에 없는 새로운 체제를 도입한 만큼, 신문사 편집장(에디터)이라는 새로운 직업도 생겨났습니다. 2월13일 이런 사실을 공개하자 다른 많은 언론사들이 <한겨레>를 취재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독자들은 생산의 결과물인 신문을 보고 평가를 할 뿐입니다. 신문사 내부 사정까지는 알 필요가 없고, 알고 싶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언론사의 첫 실험이며 새로운 신문으로 태어나기 위한 <한겨레>의 출발이기에 관심을 가져볼 만합니다. 국내의 모든 종합일간지는 정치부, 사회부, 경제부, 문화부 따위의 취재부서와 이들 부서에서 작성한 기사를 받아 제목을 달면서 지면을 직접 제작하는 편집부로 나눠져 있습니다. 이는 일본의 신문사 체제와 같은 것인데, 근대 신문 제작 체제가 일본에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 등은 지금도 편집국에 ‘정리부’(또는 편집부)라는 독립된 부서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취재-편집의 이원 체제는 취재를 통해 얻은 많은 정보를 최대한 짧은 시간에 처리하기 위한 분업 체제이죠. 하지만 취재-편집의 이원 구조는 커다란 약점이 있습니다. 취재와 편집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기사의 선택, 기사의 배치, 제목 등에서 서로 의사전달이 되지 않아 지면의 질 향상에 걸림돌이 돼왔습니다. 그래서 <한겨레>는 100여년 이어져온 우리나라 편집국 구조를 원점부터 뜯어고쳐야겠다고 결단을 내렸습니다. 기존의 모든 부서를 없애고 편집국을 내용과 지면에 따라 각 부문으로 나눠 이를 책임지는 편집장(에디터)을 두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에디터는 취재기자와 편집기자를 통합적으로 지휘해 각각 맡은 지면을 제작하게 됩니다. 기존의 관행을 버리고 새로운 길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한겨레 편집국에는 수많은 고민과 갈등, 격정에 찬 토론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편집국은 기존의 ‘칸막이식’ 부서 체제로는 지난해 5월 ‘제2창간’을 선언하면서 내놨던 “분석과 전망이 담긴 심층적인 기사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편집장 체제와 짝을 이루는 새 체제는 ‘영역별 팀제’의 도입입니다. 우리나라 언론사의 취재기자들은 대부분 출입처(각종 국가기관, 기업, 단체 등)가 있습니다. 아침에 출입처 기자실로 출근해 그곳에서 생산되는 정보를 취재해 기사를 작성하지요. 중요한 정보가 나오는 길목을 지키기엔 효율적이지만 이 또한 많은 폐해를 낳고 있습니다. 우선 많은 기사가 출입처 쪽의 시각에 쏠리게 되어 독자의 시각에서 바라보지 못하게 됩니다. 기사에 ‘현장’은 없고, 기자들도 “보도자료를 매끄럽게 정리하는 기술자”라는 혹평을 듣기도 합니다. 지금은 일부 기자실이 개방되고 있지만, 그전까지는 ‘출입처 기자단’이라는 배타적 특권집단이 형성된 적도 있었죠. 더 중요한 사실은 대부분의 기자들이 출입처에 매여 있어 단절되기에 세상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고품질 기사가 양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매체 환경도 변하고 있지 않습니까. 각종 인터넷 매체가 발달하면서 단순한 사실 전달은 넘쳐납니다. 이제 독자들은 깊이 있는 분석과 전망을 원합니다. 일례를 들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출마했다는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그 뒷배경과 가능성이 더 궁금할 겁니다. 이런 환경변화를 수용하고 신문의 질적 도약을 위해 한겨레는 출입처 체제를 버리려 하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기자는 출입처가 아니라 영역별 팀에 속해 각 사안에 대한 종합적 접근을 위해 취재하고 기사를 쓸 것입니다. 방어 차원이 아니라 필요할 경우 자주 출입하는 곳이 있기는 하겠지만, 그곳에 시각과 동선이 얽매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사를 다른 경쟁 매체보다 늦게 제공할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단순한 사실관계가 아닌 분석과 전망을 내놓게 위해 땀 흘리고 발품을 팔 것입니다. 이밖에 편집국은 이번 조직개편 과정에서 ‘따로 살던’ <인터넷 한겨레>를 편집국으로 가져왔습니다. 종이신문과 온라인신문을 효과적으로 통합해 배치하는 ‘온-오프 통합’의 1단계 조처인 셈이죠. 이번 조직개편의 성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당분간은 독자들이 신문에서 부족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1988년 <한겨레> 창간이라는 기적이 이뤄질 때, 처음 시행한 가로쓰기에 모든 이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10년이 지나자 모든 신문이 가로쓰기로 바꿨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엔 한겨레가 ‘미래의 신문’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독자들도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지켜봐 주십시오. 안창현/편집국 편집기획부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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