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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0 18:29 수정 : 2006.02.20 18:29

[제2창간] ‘장밋빛 기대’ 다른 신문과 달리 ‘과장 효과‘ 거품 걷고 문제점 경고


“미국과의 협정은 독이 든 약이다. 잘못 처방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국내총생산이 29억~135억달러 늘고 10만명의 고용 효과가 예상된다고 하나, 관변 연구기관에서 나온 여론 조성용이란 인상을 다분히 풍긴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서둘러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일 수는 없다. 미국이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해온다면 발길을 돌릴 수 있어야 한다 … 협정 자체가 목표로 변질돼 미국에 끌려간다면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꼴이다.”(2월3일치 사설 ‘한-미 자유무역협정, 돌아가지 못할 외길은 아니다’)

지난 2월2일 두 나라가 발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시 선언에 대해 <한겨레>는 이렇게 일갈했다. 장밋빛 기대에 치우쳐 있는 다른 신문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같은 날 농민들의 거센 반발 속에 관련 공청회가 파행으로 끝났음을 알리는 3일치 3면 ‘FTA 공청회, “요식행위” 점거·몸싸움 끝 중단’ 보도에 실린 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경제적 효과가 상당히 과장돼 있음을 한눈에 알게 해준다.

이를테면, 자동차·전자 제품 수출이 급증할 것이란 신화에 대해 “미국 자동차 수입관세가 2.5%에 그쳐 수출 증가 효과는 미미하고, 이미 한국 업체들은 미국 현지 생산과 우회수출 등으로 무관세 효과를 보고 있다”는 의견을 소개하고 있다. 값싼 수입품이 들어와 소비자 후생이 높아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 소비재의 대부분이 이미 중국·동남아 등지에서 생산돼 관세 인하와 물가 하락 효과가 없다”는 설득력 있는 반론을 펼치고 있다.

앞서 2월1일치 3면에 실린 “미국발 시장격변 양날의 칼’ 보도는 이를 자세히 풀어 설명하고 있다. 같은 날 3면 ‘농산물 관세조정 최대 화약고, 금융·의료 등 규제완화도 난제’ 보도는 농산물 이외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몰고 올 수 있는 엄청난 파장을 담담하게 정리하고 있다. 금융·보험·통신·의료·법률·회계 등의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국내 법과 제도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세계 유수의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대부분 미국계인 까닭에 우리 의료보험 체계와 관련된 신약의 약값 책정방식도 (미국이)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은 당장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조차 지난 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쟁점사항과 대응과제’에서 미국 쪽에서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적자에 대응하기 위해 2002년부터 추진중인 약제비 절감방안과 관련 투명성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내놓은 1월23일 관련 보고서에서 (미국의 요구로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로) △건강보험 약가 산정방식 △약가 재평가, 대체조제, 참조가격제 등 현재 시행되거나 추진 중인 제도에 대한 제동 △의약품 허가·유통 관련 규정 등을 꼽고 있다. 미국의 요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의약품의 지적재산권 공고화와 높은 약값의 유지다. 국내의 광범위한 의약품 소비자의 후생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인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쓸데없는 걱정이 아니다. 이미 미국은 싱가포르와 맺은 자유무역협정에서 지적재산권 보호기간을 20년(세계무역기구 기준)에서 50년으로 늘렸다. 미국-오스트레일리아(호주) 자유무역협정에서는 호주 시민들이 값싸게 중요한 의약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호주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인 ‘의료급여제도’를 무역장벽으로 간주하는 요구를 관철했다. 이를 통해 미국 의약업체들이 언제든지 호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게 됐다.

의약품 관련 미국의 요구는 △스크린쿼터(국산영화 의무상영일수) 축소 △미국산 쇠고기 금수 조처 해제 △미국산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완화와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의 선결과제였다. 그런데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월26일 스크린쿼터를 73일로 절반으로 줄인다는 발표를 하면서 “(나머지 선결과제들도) 이미 해결돼 있다”고 밝혔다. 어떻게 해결됐는데? 한겨레가 파고들고 있고 파고들어야 할 지점이다. 협상을 통해 마련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조항 한 글자 한 글자가 사전에 공개되고 검증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외교문서의 문구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최근 터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조준상/한겨레 노동조합 s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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