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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13 17:35 수정 : 2006.03.13 17:43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오베르의 교회>.

[제2창간] 화창한 5월에 미술관…센강…반고흐 숨결 묻은 ‘오베르’ 도

흔히 여행의 목적을 환상을 지우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예술의 도시, 낭만의 도시 등 파리에 붙여진 수사들, 그리고 텔레비전이나 영화 화면을 통해본 모습들은 사람들에게 환상을 갖도록 합니다. 한편, 16세기 프랑스인이며 <명상록>으로 유명한 몽테뉴는 동시대인들에게 견문을 넓힐 것을 권유했습니다. 그는 다른 사회와 문화를 직접 보고 아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우리 문화와 사회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시 말해, 다른 사회와 문화는 우리 사회와 문화를 비쳐볼 수 있는 ‘거울’이 된다는 것입니다.

계절이 참 좋습니다. 5월은 날씨도 비교적 화창할 뿐만 아니라 북위 48.5도에 위치한 파리의 낮이 길어서 6박7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가볼 곳은 어디일까요? 우선 세 개의 미술관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시기로 나눈 세 개의 미술관, 즉 1848년(2월혁명)까지의 루브르와, 1848년부터 1914년(1차대전 발발)까지의 오르쎄 미술관, 그리고 현대미술관이 그것입니다. 또 로댕 미술관, 군사박물관, 역사박물관 등이 있습니다. 하루쯤 자유시간을 가질 터인데 각자의 취향에 따라 미진했던 곳을 찾을 수도 있겠고 쎄-느 강변을 걸을 수도 있겠습니다. 노트르담대성당, 에펠탑, 샹젤리제거리, 콩코르드 광장, 사크레 쾨르 등은 환상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들려야 하겠지요. 볼테르, 루소 등 프랑스의 위인을 모신 팡데옹과 파리 꼼뮌의 한이 서려 있는 페르 라쉐즈도 갈 예정입니다.

또 빠뜨릴 수 없는 곳은 파리 북쪽 30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오베르 쉬르 와즈(와즈 강변의 오베르)라는 곳입니다. 1890년 5월, 한 화가가 이 작은 읍의 기차역에 내렸습니다. 동네 싸구려 여인숙에 거처를 정한 이 화가는 7월 하순까지 화구를 들고 주변 밀밭 주위와 와즈 강변을 쏘다니며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마침내 이 곳에 온지 석 달도 되지 않은 7월말에 권총 자살하기에 이릅니다. 그는 물론 반 고호입니다. 그가 그린 <오베르 성당>은 지금도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고, <갈가마귀 나는 밀밭>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마을 공동묘지에 동생 테오와 함께 나란히 누워 있습니다. 고호의 숨결과 고즈넉한 시골 마을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오베르 쉬르 와즈는 기행자들에게 빠른 삶의 일상 속에서 잃었던 감수성을 일깨워줄 것입니다.

기행은 누구와 함께 가는가도 아주 중요합니다. 한겨레라는 구심점으로 만난 분들과 함께 하는 기행이기에 저부터 기대가 큽니다. 그래서 프랑스 지식인이나 사회운동 활동가와 만나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자리도 마련하려고 합니다. <환상 지우기>에서 머물지 않고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글.홍세화/시민편집인 hong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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