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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13 17:53 수정 : 2006.03.13 17:53

[제2창간] 신문 판수 뻥튀기 왜?

대부분 신문들 실제론 7∼8번 판갈이 하면서 40판 50판 표기
영향력 과장하려 판수 부풀려…한겨레는 창간부터 1∼8판으로

지난해 말 소설가 조세희씨의 대표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200쇄를 기록했습니다. 200쇄라는 것은, 말 그대로 그 책을 200번 인쇄했다는 것입니다. 출판사나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책을 처음 낼 때 3천~5천권 가량 찍어 내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렇게 처음 찍은 초판이 모두 팔리면 다시 몇 천 권을 찍고, 그 책이 다 팔리면 또다시 찍고 그렇게 200번을 찍었다는 것입니다. 명실상부한 ‘스테디셀러’라고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신문에도 판이 있습니다. 1면 윗 부분 제호 바로 아래 있는 밑줄 위에 보면 날짜와 함께 몇 판이라는 표시를 박아놨습니다. 독자 여러분 가운데 이를 유심히 보시는 분들은 거의 없지만 신문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 의미를 잘 압니다.

신문은 방송과 달리 인쇄와 배포에 시간이 걸립니다. 먼 지역까지 배달하는 신문은 그곳까지 배송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에 일찍 만들게 됩니다.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외국에서 우리 시각으로 새벽에 경기를 할 때 방송을 통해 경기를 시청해 그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다음날 아침 신문에 그 결과가 실리지 못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지역으로 보면 제주나 경남, 전남 지역에 보내는 신문은 이른 저녁에 제작이 끝납니다. 해당 지역에서 인쇄할 경우 더 늦게까지 제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역별로 신문 내용이 다른 것은 아닙니다. 특별한 사건이 있지 않으면 처음 만드는 신문이나 나중에 만드는 신문의 내용이 비슷합니다.

정직이 생명인 신문업계
잘못된 관행 오랫동안 지속
일부 신문 뒤늦게 개선 조짐

하지만 이런 사정으로 모든 신문사는 대개 5~8번 가량 신문을 찍습니다. 책 출판으로 따지면 5~8쇄를 하는 셈이지요. 한겨레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문을 받아보시면 제호 아래에 1판, 2판, 3판이나 8판까지 찍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신문을 보시면 그 숫자가 상당히 높습니다. 10판을 넘어 40판이라고 찍힌 신문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신문은 밤 사이에 마흔번 새로운 신문을 인쇄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신문사에 들어왔을 때 한 원로 언론인께서 강의를 하시면서 ‘신문은 정직이 생명’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신문을 보기로 들면서 신문의 영향력을 과장하려고 판수를 가리키는 숫자를 부풀려서 쓴다고 비판하시더군요. 물론 다른 신문사들이 어떤 이유로 처음 찍는 신문을 10판이라고 하고 5번째 찍는 신문을 40판 또는 50판으로 박았는지 그 내력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출판 관행으로 보면 찍는 횟수와 신문에 박은 판수는 전혀 다른 것이지요.

한겨레는 창간 때부터 다른 언론의 그런 관행에서 벗어나 신문을 찍는 횟수를 정직하게 밝혀 왔습니다. 처음 찍는 신문은 1판으로 표시하고 다음에 찍는 신문을 2판, 3판 등으로 표시한 것이지요.

잘못된 관행도 고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역사가 오래 된 중앙 일간지 가운데 한 곳에서 숫자 대신 가·나·다·라 식으로 표시하기 시작한 것을 빼면 여전히 상당수 신문들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판수를 표기하고 있습니다. 숫자만큼 정확하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예전보다는 조금은 나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면에서 정직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신문을 만들고 일하는 곳, 그곳이 바로 한겨레신문사입니다. 그런 분들이 한겨레 독자분들이고요.

글 권복기/편집국 36.5도팀 bokkie@hani.co.kr 사진 /편집국 뉴스팀 @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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