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15 21:54
수정 : 2006.03.1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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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보도 방송’ 범위 확대 결정으로 선거 후보자들의 시사프로그램 출연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한국방송>의 ‘시사투나잇’이 지난 7일 방영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인터뷰 장면. 한국방송 화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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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방송위심의위 유권해석…한나라 “공정성 문제”
5·31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이해 당사자들이 방송의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선거 후보자가 출연할 수 있는 ‘보도 방송’의 범위가 확대된 것을 두고 한나라당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지난달 말 “프로듀서(PD)가 시사 문제를 소재로 제작하는 속보나 해설 프로그램에도 선거 후보자가 출연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했다.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 규정’ 제20조를 완화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보도·토론 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후보자가 출연할 수 없었다. 다시 말해 그동안은 뉴스나 토론 프로그램을 빼고는 후보자를 출연시킬 수 없었는데, 5·31 지방선거부터는 ‘피디수첩’이나 ‘추적 60분’ 같은 시사 프로그램에도 출연이 가능해진 것이다.
선거방송심의위의 이번 결정은 학계와 정당 등의 추천을 받아 임명된 위원 9명의 전체 합의로 나왔다. 이권영 부위원장은 “시청자에게는 누가 만들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주제와 소재가 시사적이라면 허용할 필요가 있다”며 “시청자들의 알 권리가 확대되고 후보 검증 기회도 많아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시사 프로그램에 후보자 출연을 허용하더라도 공정성의 책임까지 면책되는 것은 아닌 만큼, 사후 책임을 얼마든지 물을 수 있다는 게 선거방송심의위 쪽의 설명이다.
권혁남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도 “공정보도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공정성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국민들의 알 권리가 제약받는다”며 “방송광고는 대통령 후보만, 신문광고는 광역시도지사 후보들만 허용하는 상황에서 후보자 출연이 가능한 프로그램들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방송계는 특히 최근의 ‘프로그램 융합 경향’을 들어 이번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특정 프로그램을 과거처럼 보도, 교양, 오락 식으로 명확히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찬태 <한국방송> 선거방송프로젝트팀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모든 프로그램을 두부모 자르듯이 구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또 선거 기간이라고 해서 언론의 사회 감시 기능이 중단돼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후보자 출연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계속 유지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병국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은 “선거 관련 방송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부분을 임의로 확대해석한 것은 문제”라며 “특히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방향성과 의도가 담길 수 있어 방송의 자의적 판단에 맡기면 공정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한나라당은 “한국방송의 ‘생방송 시사투나잇’이 지난 7일 방영한 ‘서울시장 후보 공천 강금실 변수’가 후보자 출연 제한 조항을 위반했다”며, 유권해석 재검토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14일 선거방송심의위에 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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