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23 21:14
수정 : 2006.03.24 09:31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위원장 문영희)는 ‘동아 백지광고 사태’와 ‘동아일보 사주의 언론인 강제 해직’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23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고, 노 대통령과의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동아투위는 ‘자유언론의 도살자가 언론 자유를 주장하는 이 거꾸로 선 세상에서는 어떤 개혁도 불가능합니다’라는 제목의 공개 서한에서 “동아는 1975년 3월17일 폭력배를 동원해 사원들을 거리로 내몬 뒤 ‘과격 사원의 제작 방해’를 운운하며 사태의 진상을 호도했으면서도, 1980년 ‘서울의 봄’ 때는 이 투쟁을 자신의 업적으로 가로채는 기사를 내보냈다”며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유언론을 주장할 수 있어도 동아는 언론 자유를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투위는 이어 “당시 사태는 동아 사주와 공모한 국가권력의 책임도 적지 않다”며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과거사 진상 규명 차원에서 당시 청와대 또는 중앙정보부와 동아 사주와의 공모 여부 등 갖가지 의혹을 소상히 밝히고, 정중히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동아 사태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청하는 서한을 김원기 국회의장한테 보냈다.
동아투위는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7일째 동아일보사 앞마당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4월1일 오후 5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동아 백지광고 사태’ 때 격려 광고 성금을 낸 시민들과 함께 ‘자유언론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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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대통령님께 보내는 공개서한-
“자유언론의 도살자가 언론자유를 주장하는 이 거꾸로 된 세상에서는 그 어떤 개혁도 불가능 합니다”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추구하는 일은 시대와 사회를 뛰어넘는 인간의 보편적인 과제입니다. 그것은 인간다운 삶이 지향하는, 영원히 포기할 수도 꺾을 수도 없는 귀중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이하 동아투위)는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 아래서 자유롭고 독립된 언론을 온몸으로 지키려다 국가권력과 동아일보사 경영진이 꾸민 음모에 희생된 기자, 프로듀서, 아나운서들의 모임입니다. 지난 30여년 동아투위는 온갖 고난 속에서도 우리 사회의 정의와 진실을 위해 언론의 정도를 지켜온 자유언론의 꺼지지 않는 횃불이었습니다. 그동안 정치권력이 문민정부에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로 세 차례나 바뀌었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십년 세월이 세 번이나 흘렀습니다. 그러나 국가권력의 사죄나 동아일보 사주의 참회는커녕 이른바 ‘동아사태’의 진상 규명조차 외면당한 채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오히려 동아사태 이후 동아의 행적은 참으로 가관이었습니다. 1975년 3월 17일 폭력배를 동원해 사원들을 거리로 내몬 바로 그날부터 한 주일 내내 동아는 온갖 지면을 동원해 사태의 진상을 호도하느라 광분했습니다. “일부 과격한 사원들의 제작 방해” 운운하는 거짓말에서부터 사원들의 투쟁을 열렬히 성원했던 카톨릭 사제단에 대해 “남의 집안 사정을 자세히 알고 이야기하라”고 윽박지르기까지 하는 등 이성 잃은 행태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그 후 오랫동안 동아는 격려광고 성금을 돌려 달라는 아우성에는 아랑곳없이 자유언론운동에 대해 철저한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1980년 ‘서울의 봄‘이 열리면서, 동아는 창간 특집 지면 등을 이용해 유신 하의 자유언론 투쟁을 자신들의 업적으로 가로채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기사들은 하나같이 광고 탄압과 국민 성원이 절정에 달했던 한때의 상황만을 부각했을 뿐, 뒤이은 동아와 권력이 합작한 사원들의 축출과 이에 절망한 시민들의 분노는 단 한 줄도 비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교묘한 기사 왜곡과 편집 조작의 전형이었습니다. 뿐만 아니었습니다. 정권 교체기나 정치적 불확실성의 시기가 닥치면 동아의 사주는 동아투위에 화해와 협상의 손을 내미는 척하다가 상황이 그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싶으면 내민 손을 거둬가 버리는 비열한 작태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그것은 자유언론 투쟁에 환호하고 성금을 보내온 수많은 독자들에 대한 배신이자 ‘대신문의 자유언론을 향한 대장정’을 성원해온 국민과 세계를 우롱하는 범죄적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동아가 이제는 언론자유를 말합니다. 단언컨대 세상에 모든 사람이 자유언론을 주장할 수는 있어도 동아는 그 말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습니다. 그들은 자유언론을 위해 싸운 1백 30여명의 전사들을 학살한 자유언론의 도살자이기 때문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에는 동아와 공모한 국가권력의 책임도 적지 않습니다. 적어도 자유언론에 관한 한 문민정부도, 국민의 정부도, 참여정부도 한갓 정치적 수사의 정부에 불과합니다. 특히 과거사 진상 규명에 팔을 걷어부친 노무현 정부가 국가권력의 남용이 빚은, 가장 가까운 과거의 진상을 밝히는 일에 이토록 소극적인 까닭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대통령께서는 “국가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인권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범죄, 그리고 이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의 배상과 보상에 대해서는 민형사 시효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조정하는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우리는 대통령의 그 말씀이 결코 정치적 레토릭이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더욱이 정부가 그날 그날의 신문기사를 주의깊게 살피고 언론중재위나 법정에서 개별 신문사와 다투는 일도 필요하겠지만,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자유롭고 독립된 언론을 위한 환경을 마련하고 제도적 틀을 세우는 일이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그러한 작업은 반세기 가까운 ‘언론 부재의 광야’에 자유언론의 터를 닦은 동아투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부터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직접 동아사태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 나서야 합니다. 당시 청와대 또는 정보부의 동아 사주와의 공모 여부, 광고 탄압의 해제와 사원 축출의 조건과 같은 갖가지 의혹들이 소상히 밝혀져야 합니다. 그리고 동아투위에 대한 정부의 정중한 사과와 동아일보사의 참회와 사죄, 그리고 정당한 배상이 뒤따라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격려광고를 낸 수많은 독자들에게도 진정으로 사죄해야 합니다. 불의한 자들이 의로운 이들을 짓밟고 서 있는 이 거꾸로 된 세상을 방치해 놓고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언론개혁은 물론 어떠한 개혁도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론자유야말로 모든 자유를 자유케 하는 자유”라는 저널리즘의 명제가 갖는 함의를 노무현 대통령께서 깊이 새기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동아투위 위원 113인
강운구 고준환 국흥주 권근술 권도홍 권영자 김기경 김대은 김동현 김두식 김명걸 김민남 김병익 김순경 김양래 김언호 김영환 김욱한 김유주 김재관 김종철 김진홍 김창선 김창수 김태진 김학천 남기재 맹경순 문영희 박경희 박노성 박순철 박종만 박지동 서권석 서창식 성유보 송경선 송관률 송재원 송준오 신양휴 신영관 신정자 신태성 신해명 심정섭 안상규 안성열 양한수 오봉환 오정환 우승용 유영숙 윤석봉 윤성옥 윤활식 이경자 이계익 이규만 이기중 이길범 이동운 이명순 이문양 이병주 이부영 이영록 이인철 이재민 이종덕 이종대 이종욱 이지선 이태호 이해성 임부섭 임수진 임응숙 임채정 임학권 장윤환 정동익 정연주 정영일 정흥렬 조강래 조성숙 조양진 조영호 조학래 최남경 최학래 한현수 허 육 홍명진 홍휘자 황명걸 황윤미 황의방 (이상 101명)
유명을 달리한 위원들
故 강정문 故 김덕렴 故 김성균 故 김인한 故 배동순 故 심재택 故 안병섭 故 안종필 故 이의직 故 조민기 故 홍선주 故 홍종민 (이상 고인 12분)
명예위원 7인
홍건표(에이피 통신) 정호상(아사히 신문) 다메다 에이이찌로(아사히 신문) 오구리 게이따로 (아사히 신문) 에자와 고지(교도 통신) 오노다 아끼히로(교도 통신) 후루노 요시마사(마이니찌 신문) (이상 7명)
2006년 3월 23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문 영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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