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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7 20:42 수정 : 2006.03.27 20:42

동아일보 기자 출신 이성주씨 보도 문제점 책으로 내

“황우석 교수 논문조작 사건은 한국사회의 자화상입니다. 특히 과학과 언론 분야에서 말입니다.”

황 교수 논문조작 사건과 이를 다룬 언론의 문제를 짚은 책이 나왔다. 제목은 <황우석의 나라>. 지은이는 동아일보에서 14년 동안 기자생활을 한 이성주(41)씨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지난 1월 신문사를 그만 뒀다. 그는 1997년부터 2004년초까지 의학담당을 하면서 황 교수 관련 기사도 2~3차례 썼다. 1년 동안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에서 연수하고 2005년 8월 돌아온 그는 “연수시절 과학자들한테서 황 교수 연구에 관한 ‘과장’과 ‘진실’을 들었다”며 “이를 회사에 알리려고 노력했지만 정작 언론사 내 언로가 꽉 막혀 있었다”고 말했다.

귀국 후에도 그는 한국의 과학자와 의대 교수들을 만나 황 교수와 언론 보도태도에 대해 우려 목소리를 들었다. 이씨는 “외국 과학자들과 우리 학계는 언론의 ‘황우석 띄우기’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진실’을 <동아일보>에 알리려고 했다. 월간 <신동아>에 황우석 신화의 문제점에 대해 기고했으나 인쇄 직전 신문사 간부 부탁으로 출판이 미뤄졌다고 그는 주장했다. 연수 뒤 의학 담당이 아닌 다른 부서로 옮긴 뒤에도 황 교수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논문조작 사건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지면에 반영되지 않았다.

그는 철저히 관료화되고 경직된 언론사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 때문에 황우석에 대한 ‘엉터리 기사’가 나올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기자들도 “내가 왜 총대를 메냐”며 나서기를 꺼려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답답함에 밤잠을 설치는 나날이 계속됐죠. 진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책 쓰기를 결심했고, 올해 1월1일 신문사에 사표를 냈습니다.”

그는 이같은 일련의 사태가 반성과 토론을 통해 성숙한 사회로 향하는 통과의례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담담한 어조로 말을 잇던 그도 앞으로 생계를 어떻게 꾸릴 거냐는 물음에는 멋쩍게 웃었다. “‘그렇게 답답하면 회사를 그만 두라’는 아내의 격려가 큰 힘이 됐는데 아내가 학습지 교사로 나섰습니다. 걱정이긴 한데, 또 다른 길이 있겠죠.”

글·사진/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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