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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 스포츠지와 경제지들이 종합일간지와 함께 배달돼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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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일간지 1부에 스포츠·경제지·어린이신문까지 덤으로
상가 이어 주택가까지 ‘오염’… 공정위 신고포상금 1천만원으로
신문 1부 값에 2~3부를 주는 ‘끼워팔기’(속칭 세트판매)가 상가 쪽을 휩쓸고 일반 가정집까지 확산되면서 신문 시장이 더 혼탁해 지고 있다. 주로 종합 일간지를 배달하면서 공짜로 스포츠지나 경제지 등을 덤으로 얹어주는 것인데, 1부 값에 스포츠지와 경제지, 어린이신문까지 모두 4부를 끼워 파는 경우까지 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끼워팔기는 신고하면 포상금이 지급되는 불법 행위로, 현재 단속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가 서울·경기 지역의 종합 일간지 지국들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상가 지역에서는 거의 100% 끼워팔기를 하고 있으며, 아파트 등 주거 지역에서도 끼워팔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강서구의 한 종합 일간지 지국장은 “세트판매를 위해 하루 400부 정도씩 스포츠지를 받는데, 따로 구독료를 받고 배달하는 스포츠지는 1부도 없다”고 말했다. 이 지국장은 “옆 동네의 다른 신문 지국은 스포츠지 1천부 가운데 유가로 배달하는 부수는 50부 정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끼워팔기는 종합 일간지와 스포츠지를 함께 취급하는 신문 지국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 <경향신문>과 <스포츠칸>, <서울신문>과 <스포츠서울>, <세계일보>와 <스포츠월드>,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 <중앙일보>와 <일간스포츠> 등이 대표적이다. 또 <동아일보>나 <한겨레> 등 스포츠지가 없는 신문 지국들도 판촉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고 별도로 스포츠지나 주간신문 등을 구입해 독자들에게 얹어주고 있다. 한겨레신문사 판매국 관계자는 “자매지가 없는 한겨레신문사 지국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스포츠지 등을 구입해 세트판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지들도 끼워팔기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조선일보 지국은 신규 독자를 끌어들일 때 <한국경제>를 끼워 팔고 있다. 끼워팔기가 이처럼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스포츠지나 경제지를 얹어주지 않으면 이젠 신문을 팔 수 없을 정도로 신문 시장이 혼탁해졌기 때문이다. 경쟁 지국이 끼워팔기로 독자를 빼앗아가면 이에 맞대응하고, 경쟁이 더 격해지면 스포츠지 하나로 모자라 경제지를 추가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어린이신문까지 얹어주는 ‘출혈 경쟁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출혈 경쟁은 독자들을 ‘오염’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독자들이 먼저 “스포츠지를 같이 넣어 주지 않으면 구독하지 않겠다”고 하는 지경에 이르른 것이다. 끼워팔기는 공정거래법의 ‘신문 고시’에서 금지하고 있고, 적발되면 과징금을 물린다. 최무진 공정위 거래감시팀장은 “신문 시장에서 끼워팔기는 경품·무가지와 함께 대표적인 부당 고객 유인 행위의 하나”라며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신문 불법 신고 포상금 제도에 따라 신고하면 포상금이 지급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현재 최고 500만원인 신고 포상금을 이르면 이달부터 최고 1천만원으로 올릴 방침이다. 그러나 당국의 단속 여부를 떠나, 끼워팔기는 신문사와 지국 모두를 망치는 ‘독약’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 문제가 된다. 끼워팔기를 통해 당장은 판매 부수를 조금 늘릴 수 있겠지만, 독자들 사이에서 ‘신문을 제 값 내고 보면 바보’라는 생각이 퍼지면 퍼질수록 ‘신문의 위기’는 회복 불능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신문이 점점 ‘싸구려’가 되면 언론의 권위도 함께 땅에 떨어진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각 신문사들이 신문 시장 정상화를 위해 스스로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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