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4.12 19:15 수정 : 2006.04.12 19:15

노조 “임직원 82% 반대” 설문 공개…언론노조 가세
피디·기자들, 조사 불공정 제기…시민단체도 노조비판

3개 텔레비전과 7개 라디오 채널, 언론사 영향력 1위의 <한국방송>.

이 막강한 한국방송의 사장 자리를 놓고 한판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정연주 사장의 임기가 6월30일 끝나는 탓이다. 힘겨루기는 정 사장의 연임이냐, 아니냐로 갈리는 분위기다.

한국방송 노동조합은 연임 저지에 나섰다. 2004년 12월 출범 때부터 ‘반 정연주’ 노선을 걸어온 노조는 설문조사로 치고 나왔다. 노조는 한국방송 임직원 5796명 가운데 4005명이 참여한 조사에서 ‘연임 반대’가 82.2%로 나왔고, 평가점수는 10점 만점에 4.12점에 그쳤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이를 근거로 노조는 “정 사장은 구성원들한테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받아들이라”며 “임기가 끝나면 더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0일 성명을 내어 “정 사장은 공공성과 공익성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후임은 KBS 내부에서 나와야 한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한국방송 노조에 힘을 실어주었다.

<조선일보>도 가세했다. 이 신문은 6일치 사설에서 “이제는 KBS를 광적 인간들의 손아귀에서 되찾아 국민들에게 돌려줄 때가 됐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노조의 움직임에 대해 한국방송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설문조사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다. 예를 들어 ‘정 사장의 사장직 3회 연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 문항이 대표적이다. 정 사장이 전임 사장의 남은 임기 두달을 맡은 것까지 포함시켜 ‘3회 연임’으로 찬반을 물은 것이다. 또 설문 참여율도 전체적으로는 69%지만, 정 사장에 대한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피디는 40%, 기자는 54%만 조사에 참여했다.

이수경 한국방송 피디협회 간사는 “설문조사에 참여할 경우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다고 우려한 직원들은 아예 설문조사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피디도 “정 사장이 팀제 전환과 지역국 구조조정 등 경영혁신을 통해 관료주의적이었던 한국방송을 수술하다보니 구성원들의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는 정 사장이 그동안 열심히 일했다는 반증이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한국방송 기자협회 관계자도 “노조는 털끝만큼의 기득권 손실도 바라지 않는다”며 “노조가 사장 선임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것을 지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도 노조에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0일 성명을 내고 “방송의 공공성은 높은 임금과 후생복지로 측정되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의 질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노조를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노조의 설문조사가 논란을 빚자 공동주최에서 빠지기로 했다.

한편 정 사장은 “역사와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해, 연임 의욕을 내비쳤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