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26 19:39
수정 : 2006.04.2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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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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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전망대
‘신문 안 보는 건 수치’ ‘신문이 사랑받아야 건강한 사회’ ‘(신문의) 글 속에 미래가 있다’ ‘신문 일기 쓰니 논술이 절로’ 등등. 신문이 신문을 예찬하는 기사 제목의 일부다. 남세스러운 일일지언정 신문의 자화자찬을 애써 트집 잡을 이유는 없다.
신문 ‘띄우기’를 의식하다 보니 방송이나 인터넷 등 경쟁매체 ‘옥죄기’는 신문 기사의 단골메뉴가 되었다. ‘객관성 내팽개친 티브이를 믿을 것인가’ ‘또 하나의 방송권력, 케이블티브이’ ‘인터넷서 본 뉴스? 아까 신문서 본 그 뉴스!’ 등등. 치졸한 네거티브 전략을 동원해 간접적인 신문 홍보에 나서더라도, 그것이 사실 왜곡이 아닌 한 큰 비난거리는 아니다.
신문 읽기가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맞다. 현안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개진해 일방의 여론 독점과 정책 집행을 제어한다. 나 아닌 우리 주변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 간결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글을 통해 사고하는 힘을 키워준다. 검증되지 않은 온갖 정보가 난무하는 시대일수록 신문의 가치는 빛을 낸다.
그럼에도 신문 예찬에 흔쾌히 동참하는 데 망설임이 앞선다. 균형이 아닌 편견에 휩싸여 이슈를 뒤틀고, 상식이 아닌 궤변으로 현실을 진단하는 보수신문이 신문의 대명사로 여전히 군림하고 있는 탓이다. 이들은 올 초부터 사학법 개정을 전교조의 학교 장악이라 전도하고 양극화 해소 정책을 정치적 복선, 증세 논쟁으로 비화한 주역이다. 요사이라고 달라진 건 없다.
지난 19일 현대차 그룹이 발표한 정몽구 회장 부자의 1조원 기부는 불법·탈법 행위에 대한 비판 여론을 돈으로 무마하려는 술책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다음날 사설을 통해 현 정부가 “반자본주의적 반시장적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기업의 재산 헌납이 줄을 잇고 있다”는 해괴한 주장을 늘어놓았다. 돈으로 면죄부를 구함으로써 법치주의의 근간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은커녕 이번 일을 5·16 및 5·18 쿠데타 당시의 강압적인 재산 헌납에 비견했다.
이달 초에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이 강동순 <한국방송> 감사의 고려대 특강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 대선을 앞둔 시점의 김대업 관련 및 탄핵 정국의 방송 보도가 편향적이었다는 ‘주관적’ 견해를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매개한 것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KBS가 왜 이런 정신 나간 짓을 했는지는 정연주 KBS 사장과 이 정권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제는 KBS를 ‘광적’ 인간들의 손아귀에서 되찾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강 감사는 현재 한나라당 추천 몫의 방송위원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내부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기자, 피디, 아나운서 등 한국방송의 주요 직능단체들이 공동으로 위원 선임에 반대하고 있는 인사다.
김명곤 신임 문화부 장관의 말마따나 일부 신문의 논조는 정부가 직접 통제할 사안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살기등등한 궤변이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사회의 품격을 훼손해도 이를 방치할 도리밖에 없다.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보수신문들의 고질병을 뻔히 알면서도 신문 안 보는 게 수치고 신문 속에 미래가 있다며 신문 찬가를 불러야 하는 걸까. 신문의 위기는 이들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
김재영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jaekim@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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